거리엔 비 내리고
내 마음은 울어라.
밤을 기다렸지만
식구들은 돌아오지 않고
벽에 걸린 시간만 답답하여라.
나는 무료해져
주전부리도 없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베란다에 놓인 선인장 가시처럼
온 몸이 날카로워졌다.
모기에 물린 정강이를 피가 나도록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핸드폰에 적재된 이름들을
일일히 호명하며
내가 세상을 떠나드라도
그들이 나를 시인으로 기억해 주길
원했다.
아무도 귀가를 서두르지않는
빈 집에서
젖은 나무처럼 길게 쓰러져
나는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