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스크랩] 내가 훔치고 싶은 것은?

대영플랜트 2007. 5. 12. 19:16

제가 사는 곳은 버스가 두어 시간 마다 한 번 다니고,

가구래야 열 댓 가구, 60대 이상 노인들만 모여 사는

면단위 산 아래 마을입니다.

 

면소재지를 지나 마을로 들어오려면 좁은 다리를 하나 지나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선 외지인이 찾기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 늘 한가하지요.

 

간간히 농작물을 잃어버리는 농민도 있다지만,

이런 인적 드믄 곳에서는 그런 일도 없습니다.

밭에서 일하다 날 저물면 그대로 두고 다음날 오곤 하지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모여 수근거립니다.

애써 가꾼 상추를 누가 뜯어 갔다느니, 고추, 호박을 따갔다느니...

-할머니들한테도 고추는 소중한 것인디.

 

손버릇 나쁜 아줌마가 한 분 있지요.

마을에 집을 사두고 가끔 주말이면 놀이삼아 시골을 찾는,

팔자 늘어진 도시사람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냥 선생 댁이라 부릅니다.

 

매일 밭을 일구는 할머니들로서는 밭작물이 자식이나 다름없어

풀 한포기만 없어져도 다 아는데

가끔 이 아줌마가 슬쩍해 가 표시를 내 놓는 겁니다.

-내 꺼 호박도 가져가붓써요.ㅠㅠ

 

선생 댁은 그러다 가끔 들키기도 하는데

돈으로 따지면 몇 푼 되지 않는 거라 그런지

면박을 당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겁니다.

 

한가한 시골에 살다보니 그런 게 부럽기도 합니다.

화원을 지나다 보면 이쁜 화분을 갖고 싶기는 하나

슬쩍하고 싶을 정도로 애타는 것은 아닙니다.

 

다 자란 화분과 씨앗부터 기른 화분은, 의미가 참 다릅니다.

선물 받은 화분은 그 사람의 마음이 깃든 것이라

꽃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올리게 되고,

어렵게 구해온 것은 애타던 심정을 기억나게 하지만,

그냥 내가 들여온 꽃은 결국 시들시들해지게 됩니다.

 

꽃에 애정을 갖고 기르다 보면 꽃의 가치는 희귀성이 아니라

정성의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화분이 하나 더 있고 덜 있고는 의미가 없습니다.

 

욕심이라는 것은 삶을 치열하게 만듭니다.

돈을 더 갖고 싶다거나 멋진 집, 이쁜 여자, 좋은 직장,

좋은 직함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어쩌면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젠 촌놈이 다 돼 생각도 한가해지는 것 같습니다.

내게 욕심나는 것은 무엇인가?

훔치고 싶도록 욕심나는 것은 무엇일까?

 

며칠 전부터

훔치고 싶을 정도로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시험지를 훔치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요.

좀 더 나이 먹어서는 탐내는 게 고상해졌습니다.

여자의 입술, 그리고 그 다음, 글고...야시시한 그 여자.

물론, 지금은 머.....줘도 못합니다. ㅋㅋ

그저 침만 꼴깍. 침은 뭣 하러 흘리는지 원....

 

오늘도 한참을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훔쳐서라도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출처 : 하얀미소가 머무는 곳
글쓴이 : 한낭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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