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있습니다. 계란과 쑥을 곱게 갈아 얼굴에 바르며 "주름살이 자꾸 생겨서..." 라고 멋쩍게 웃습니다. 누가 너무 늙어 보인다고 했나 봅니다. 하지만 에센스를 살 돈이 아까워 영양팩을 개발해서 바르십니다.
한 여인이 있습니다.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에 오릅니다. 너무 피곤했나 봅니다. 그녀도 모르게 잠이 들었습니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어떤 학생의 깨우는 소리에 부스스 일어났더니, 그 학생이 "여기요" 라며 휴지를 건넵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여인은 그 학생을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저… 코피가..." 여인은 황급히 휴지로 코를 닦고는 얼굴을 붉힙니다. 그리고 며칠 뒤 "그때 참 민망했었어" 라고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십니다.
그 여인은 가게가 한적한 날이면 멍하니 창밖만 바라봅니다.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딸에게 전화를 겁니다. 하지만 못난 딸은 그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들어주기만 하면 될 것을 오늘도 귀찮은 듯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전화를 끊습니다. 여인의 아쉬운 듯한 여운을 무시하며.
이 여인이 바로 저희 어머니입니다. 찬물에 빨래를 해서 손이 다 얼고, 추운 날 배달 다녀서 얼굴이 다 얼고, 배달 나갈 때마다 무거운 짐에 힘들어하고, 코피가 나는 것은 다반사이고...
저는 언제나 큰소리칩니다. "엄마 내가 사회인이 되면 꼭 호강시켜 줄게요." "걱정 마 엄마. 딸이 있잖아." 비록 아직은 말뿐이지만 그 말에 희망을 가진다는 순수하신 나의 어머니.
세상에서 누구보다 아름다운 한 어머니와 못난 딸은 그 희망을 찾아서 오늘도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사랑밭 새벽편지/어느소녀 에게 받은편지중...
2006년9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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