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 이외수 님
하고 있는 순간에도
하지 않은 순간에도
언제나 눈물겹다
부끄럽지 않은 것
흐르는 시간 앞에 후회하지 않는 것
험난한 일이 앞에 닥쳐도 두렵지 않는 것
창피하지 않는 것
몇날 며칠을 굶어도 배고프지 않는 것
막연히 기대하지 않는 것
서로 간에 자존심의 빌딩을 쌓지 않는 것
허물없이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것
가랑비처럼 내 옷을 서서히 적시는 것
온 세상을 아름답게 간직하게 해주는 것
어두운 곳에서도 은은하게 밝은 빛을 내 주는 것
삶의 희망과 빛을 스며들게 하는 것
그래서 밤 하늘에 기대하지 않았던 별이
내 앞에 떨어지는 것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생각하지 않아도 무심결에 오는 것
간절한 소망 / 이외수 님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도 아름다운 자이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도
아름다운 자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의 깊이를
더해도 이내 깨닫게 됩니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자도 행복한 자이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자도 행복한 자라는 사실을...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 말은 누구나 사랑을 주고받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간절하다고 모든 소망이 성사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인간은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입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인간은 사랑을
느낄 수 없으며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인간은 행복도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바위를 위한 노래 / 이외수 님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천만년 한 자리에 붙박혀 사는
바위도 날마다 무한 창공을
바라보나니
기다리는 일은
사랑하는 일보다 눈물겹더라
허연 거품을 물고 실신하는 바람
절망하고 눈보라에
속절없이 매몰되는 바다
절망하고
겨울에는 사랑보다
증오가 깊어지더라
지금은 작은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무덤이더라
그래도 천만년
스쳐가는 인연마다 살을 헐며
날마다 무한 창공을
바라보나니
언젠가는
가벼운 먼지 한 점으로
부유하는 그 날까지
날개가 없다고
어찌 비상을 꿈꾸지 않으랴
[자료 출처 : 그림, 글 / 이외수 님...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