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에 방망이질 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다해져서 이불이 뜯기는 소리를 내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 조차 없이 닳고 문들어져도
어머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시고 자식들이 속들을 썩여도
끄떡없는 어머니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하시며
울먹이시며 되뇌이시던 어머니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줄만 알았습니다.
한밤중 자다 깨어보니 어둠속에서
한없이 소리죽여 우시면서
외할머니를 부르시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는 감정도 없고 지칠 줄 모르는 무쇠인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도 여느 사람과 똑 같은 가냘픈 여자이었습니다.
출처 : saedol(細乭)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saedol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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