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더지의 혼인 ♡
두더지가 자기 자식을 위해 훌륭한 혼처를 택하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오직 하늘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서 마침내 혼처를 구하니,
하늘이 말하기를,
"내 비록 만물을 둘러싸고 있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내 덕을 나타낼 길이 없다."라고 하여, 두더지는 해와 달에게 혼처를 구하였다.
해와 달이 말하기를,
내 비록 멀리 비추고 있지만, 오직 구름이 나를 가리니, 구름이 내 위에 있다."라고 하였다. 두더지가 구름에게 혼처를 구하니,
구름이 말하기를
" 내 비록 해와 달의 밝음을 잃게 할 수 있지만, 오직 바람이 나를 불어 흩으니 그가 내 위에 있다."라고 하였다. 두더지는 다시 바람에게 혼처를 구하였다.
바람이 말하기를,
"내 비록 구름을 흩을 수 있지만, 오직 밭 가운데 있는 돌부처만은 불어도 넘어뜨릴 수 없으니 그가 내 위에 있다."라고 하였다. 두더지는 돌부처에게 혼처를 구하였다.
돌부처가 말하기를,
"내 비록 바람은 무섭지 않지만, 오직 두더지가내 발 밑을 뚫으면 기울어져 넘어지니 그가 내 위에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두더지는 오만하게
스스로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세상의 존귀한 것 중에서 우리만한 것이 없구나. " 그리고 두더지와 혼인시켰다.
홍만종의 '순오지'에서/소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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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어려움 걱정 묻어놓고 좋은 마음으로. 풀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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