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간에는 불빛이 물결처럼 흔들리고 있었어
우리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아 있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였던 건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
다만 난 그 날도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을 거라 생각해
- 바다같이 크고 촉촉한 너의 눈동자를..
그때 너의 눈에서 어떠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투명한 눈의 빛이 흐려지더니 눈가에 작은 입자의 물방울들이
불빛에 투영되었고.
이윽고 맑은 수정체가 너의 표피를 타고 흘러 내리기 시작했지
그리고 잠시, 넌 언제 울었냐는 듯 환한 표정이 되었어.
눈동자는 별빛으로 빛나고, 그 위로 긴 타원형의 쌍꺼풀이
별빛을 곱게 감싸주었어
미세한 잔주름이 양쪽 사이드로 길게 늘어지고,
콧구멍이 한 번 벌름대더니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으로 변형되기
시작했지
그 입술, 앙증맞은 입술사이로 하이얀 달빛이 모습을 드러냈지.
그것은 너의 미소였어
너라는 창조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
막 생성되는 중이었어.
난 가끔씩 너의 공간에 들르지만,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던 거 같아. 그럴 때면 나는, 공간의 푸른 벽을 바라보지
벽은 가을날 오후처럼 정갈하고 쓸쓸해 보였어
너는 수수한 분홍빛 티를 자주 입지만,
이 날은 진한 하늘색 티에 검정바탕 하얀 줄무늬가 있는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어.
치마 아래 미려한 곡선이 나의 시선에 들어오고
난 문득,
너를 갖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