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부 - `다시 태어난다면`에 담긴 비밀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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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돈을 안 벌어다 준 것도 아니고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구요. 그

렇다고 술 먹고 주정을 부린 적도 없어요. 그런데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어요."

그는 진정으로 억울하다는 듯 한 마디를 덧붙인다.

"저는 제 아내에게 크게 불만이 없거든요. 그런데도 제 아내는 왜 그렇게도 불만이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 사람 뿐 아니었다. 줄줄이 이어지는 남편들의 고백이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저는 정말로 제 아내에

게 크게 불만 없거든요. 제 아내는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잘해요, 제 아내의 사랑스러운 점은 어쩌고 저

쩌고....

참으로 신기하다. 내 아내의 이런 저런 점들이 싫어요. 우리 아내는 이런 게 나빠요. 이래서 함께 사는

게 싫어요, 라고 말하는 남편이 드물다는 사실이.

 

남편의 고백을 듣는 아내들의 반응은 '어이없음'이거나 '시큰둥 모드'다. 남편이 그렇게 말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함께 살아오는 동안 자신의 심정을 숱하게 전했을 텐데도 도대체 알아

먹질 못하고 자꾸만 엉뚱한 말만 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이래서 내 남편이 싫고 저래서 이혼하고

싶다. 그런데 그녀들이 들이미는 이유에 충분히 수긍이 간다. 왜냐하면 나 역시 대한민국의 딸로 태어

나 한 남자의 아내로 사는 동안 그녀들처럼 힘들고 어려웠던 날 많았으니까. 또한 가까이 있는 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훤히 알고 있으니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난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다시 태어난다면'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것

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의 남편과 결혼할 것인가, 란 물음에 90%의 아내들이 'NO'라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남편들의 80%는 지금의 아내와 결혼하겠다고 했다. 지금의 아내가 그래도 괜찮아서, 혹은

편해서, 내 아내가 좋아서인 경우도 있고 우리 남편처럼 아내에게 진 빚 을 갚기 위해 다시 태어나도 지

금의 아내와 결혼하겠다는 다짐이나 소망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고 보면 남편들에게 있어 아내들의

90%의 거절은 참 억울하고 슬픈 수치일 수 있겠다. 진정으로 아내가 좋아서, 혹은 더 잘해주고 싶어 또

한 번의 기회를 원하는데 아내들은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다. 

 

정말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 남편이 남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많은 

아내들이 자신의 남편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는 걸까.

 

아내들의 불만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내의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아내가 힘들 때 토닥여주거나

격려해주지 않고 남처럼 무관심하다. 똑같이 돈을 버는데도 가사나 육아를 분담하려고 하지 않는다.

봉건적이고 위압적이다. 처가에는 무심하면서도 시집에 잘하기를 강요한다. 아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질 않는다, 등등 어찌보면 참으로 소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부부가 행복하고 불행한 이유가 어찌 대형 돌부리들 때문만이겠는가. 사실 우리를 넘어지게 

하는 건  큰 바윗돌이 아니라 작은 돌맹이일 경우가 훨씬 많다. 외도를 했거나 돈을 벌어다 주지 않아

서, 또는 술주정을 하기 때문이 아니라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 말 때문에, 혹은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

서, 힘으로 내리누르려고 하거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여 부부관계가 냉각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을 하지 않아

서일 때가 많다는 얘기다. 

 

나는 내 아내가 좋은데 내 아내는 나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되거나 나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의 아내를 만나고 싶은데 내 아내는 나를 거절한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을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이

렇게 말하면 돈만 잘 벌면 만사가 형통인데 뭔 헛소리냐, 며 항변하는 이가 있을 것 같다. 돈? 돈 싫

어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아내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결코 돈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내들의

불만 내용이 대동소이한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아이를 낳아 키우느라 날개를 접고 사는 동안

형편없이 쪼그라든 자신을 위로해주거거나 토닥여주기는 커녕 대놓고 무시하는 남편 때문에, 본가

일에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아깝다 하지 않으면서 처가 일은 소 닭보듯 하거나 내몰라라 하는 남

편에게 섭섭해서, 나만 아는 남편이 미워서, 아내에게 위압적인 남편을 용납할 수 없어서, 오늘도

아내들의 마음은 자꾸만 저 먼 곳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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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내남없이

글쓴이 : 굄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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