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스토리1

[스크랩] 대리운전 아줌마가 영어를 배운 이유

대영플랜트 2013. 9. 16. 20:20

어제 오전에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추어탕집에 갔다.

일 끝나고 밤에 술을 먹을 때는 홀이 시끌벅적해도 이해하지만 하루 일을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아침 겸 점심

사 시간대에는 조용하게 밥을 먹고 싶다.

 

홀에 떠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들어서기 전에 얼른 살펴보니 그러면 그렇

지 네명의 아줌마가 추어탕 전골을 시켜 놓고 오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다.

도로 나갈까 하다가 주인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통에 그만 홀에 들어가서

떠드는 아줌마들 식탁으로부터 제일 먼 곳에 가 앉았다. 그런데도 얼마나

시끄럽게 떠드는지 상당히 넓은 홀인데도 불구하고 실내가 아줌마들 욕지

거리와  웃음소리로 쩌렁쩌렁 울린다. 아줌마 세명만 모여도 접시가 깨진

다는데 네명에다가 술도 한잔 먹었겠다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말끝마다 지랄을 하세요 라거나 개○끼, ○팔을 찾는다.

아주 입이 걸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40대 초중반의 대리운전하는 아줌마들이다.

대리운전하는 분야가 얼마나 더럽고 거칠면 입이 걸레가 되었을까 싶다.

그래도 몇 마디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다.

 

한 아줌마가 앞에 앉은 아줌마를 공개 칭찬한다.

"너는 만날 때마다 한번도 힘들다거나 찡그리는 걸 못봤어. 언제나 항상

 웃어. 난 그게 보기 좋아. 늘 밝게 웃어 줘서 고맙다. 너 참 좋은 사람같애."

칭찬받은 아줌마가 이에 겸연쩍어 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을 받는다.

 

"나는 입이 커서 그런지 잘 먹어. 그리고 내가 남편이 없어, 자식이 없어

 직업이 없어, 찡그러고 살 이유가 없지. 이 세상에 나쁜 사람 없어. 언니"

 

이 세상에 나쁜 사람 없단다.

성격이 나쁠 뿐이란다.

그리고 자기는 성깔이 있단다.

한 성깔 한단다.

참지 않는단다.

담아 두면 병 된단다.

막 질러 버린단다.

 

그리고 이런 저런 말끝에 영어로 뭐라고 한다.

웃으면서 하는데 들어보니 욕같다.

같이 온 아줌마들이 너 영어도 하냐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영어 잘한다 언제 그렇게 영어를 배웠냐고 난리다.

한 아줌마가 너 영어 못하는 걸로 아는데 왜 영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를 막 내뱉으며 한 성깔하게 생긴 아줌마가

대답을 한다.

"운전을 하다보면 대리운전이나 한다고 얕보고 무시하는  인간들 많잖아

 그럴 때 속이 뒤집어지면 참지 않고 그냥 막 욕을 질러 버려.

 참으면 병 되고 죽을 것 같으니까 그렇다고 우리말로 욕을 할 수는 없

 아. 그래서 영어로 욕을 막 질러 버린다니까, 그러면 속이 시원해서 나

 살고 폼잡고 술이 떡이 된 인간들도 나 함부로 못 한다니까 ㅎㅎㅎ"

 

나는 순간 아~ 하고 무릅을 쳤다.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사는 법 아닐까!

죽을 수 없다면 죽지 못해서라도 살아야 하고 살려니 힘들어 덜 힘들게 사

을 나름 터득한 것 같다. 아줌마는 출세하기 위해서 영어를 배운 것이

니고 살아남기 위해서 영어를 배운 것이다. 생존을 위해서 말이다,

이럴 때 최고선이 무엇일까 라는 물음에 봉착한다. 바로 생존이다. 얼마나

삶이 힘들고 절박했으면 대리운전 아줌마가 영어를 배울 생각을 했겠는가!

이 대목에서는 참 칭찬해 주고 싶다.

그런데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는 것이 하나 있다.

 

아줌마들 목소리가 너무 커서 마치 이 식당을 전세 낸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밥먹을 권리를 침해한다. 자신들 기분만 좋으면 그만

이다. 크게 떠들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데까지는 아직 인식이

못 미친다.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하게 생존경쟁을 벌이는 아줌마이기에 남까

지 신경 쓸 마음의 여유가 없는 듯하다. 어찌 되었던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

며 귓등으로 아줌마들 입을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니 나도 아줌마들한테 덕담 한마디 하고 싶다.

 

"아줌마!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고 다만 성격이 나쁠 뿐이라고 했지요?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나쁜 사람이란 남 신경 안 쓰고 아무데서나  

 함부로 큰소리로 마구 떠들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제발 말하면서 욕 좀 하지 마십시오.

 집에서 시부모 앞에서 남편 앞에서 자식들 앞에서도 그러나요?

 창피하지도 않습니까? 이게 바로 아줌마들의 근본 즉 바닥을 보여주는 겁니다.

 성격이 나쁜 것은 고치면 좋아지지만 바닥이 천한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약도 없습니다. 의사도 못 고칩니다.

 제가 고치는 방법을 알고 있으나 나도 한 집안의 가장이고 이만한 일에 인생

 을 걸 수 없기에 그냥 참습니다. 참는 자가 이기는 법이니까요."

 

이 세상에 과연 근본이 나쁜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글쎄다.

있는지 없는지 나도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알 수 있다.

근본이 착한 사람은 환경이 나빠도 이를 극복할려고 노력하거나 자신의 탓

로 돌리지 환경탓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근본이 나쁜 사람은 무슨 일이 있

면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환경탓을 한다. 이게 근본이 착한 사람과 나

쁜 사람의 궁극적 차이점이다.

 

만약 근본은 착한데 환경이 나빠서 그렇다면 환경이 나쁜 사람은 다 나빠야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데 환경이 나빠도 다 나쁜 것이 아니고 나쁜 사람만

나쁘고 좋은 사람은 좋다. 물론 환경이 나쁘면 인성이 황포화하기 쉽다.

그러나 다 그렇지만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이 좋고 나쁜 것은 환

경인자의 절대적 영향이라기 보다는 천성적으로 선하고 악하며 좋고 나쁜 근

본이 따로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하도 시끄러워서 비싼 추어탕을 다 먹지도 못하고 나왔다.

어제 식당에서 떠들며 대리운전 기사의 한을 풀어 놓던 네명의 아줌마들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환경 탓만 하지 말고 다음

부터는 잘 하자. 나 봐 얼마나 착하게 살고 있냐고?

의지의 한국인이잖아 ㅎㅎ~~~~~~~~~

 

 

 

 

 

 

 

 

출처 : 수다
글쓴이 : 소녀의 일기장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