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바위/ 남정률 그대로 두십시오. 전에 없이 창가에 턱을 괴고 앉아 망연히 황혼을 지켜보는 그녀 를 그냥 가만히 놔두십시오. 이상하게 보지 마십시오. 음악도 끄고 밤이 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 쓰고 찢고, 찢어버리 는 낙서 중에 ‘외로움’이 눈에 띈다고 해서, 그녀의 일기장 속 에 ‘그리움’이란 단어가 보인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숙녀티를 내려는 그녀에게 이때쯤 예쁜 비밀 하나 있어도 괜찮 습니다. 가슴에 물이 오르는 다감한 시절, 그녀에게 이제 봄이 온 것입니다. 인생(人生)의 봄이- 사랑하게 두십시오. 사랑하게 그대로 두십시오. 수직(垂直)으로 떨어지는 8월의 햇살처럼 한 치의 두려움도 주 저도 없이 뜨겁게 불타려는 용감한 사랑을 그대로 놓아두십시오. 사랑은 인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꽃, 사랑은 젊음이 투자해야 하는 가장 아름다운 사업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목숨의 옷을 벗고 신(神)의 앞에 나설 때, 자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사랑 이 아닐까요? 젊음을 지나면서 어찌 사랑 없이 지날 수 있겠습니 까. 여름, 인생(人生)의 여름을 맞아 뜨거워진 그녀의 몸짓을 그대 로 두십시오. 가만히 두십시오. “사랑이 끝났을 땐, 전 인생의 불꽃이 꺼진다.”고 한 F.W.버 딜련의 말이 자기 것인 양, 온통 슬픔에 젖어 있는 그녀에게 눈 물을 닦아 주지 마십시오. 아름답고 향기롭지만 독소를 지닌 사 랑, 마약 같은 사랑을 마시고 지금 괴로워 하고 있는 그녀를 위 로 하려 하지 마십시오. 영혼의 갈증 앞에 반겨 마신 그 사랑이 독배(毒杯)였다 할지라도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 과 혼(魂)을 쏟아부었던 그 진실한 행위가 잘못일 수 없기 때문 입니다. 바람 맑은 성찰(省察)의 계절, 가을이 오면 그녀는 충분히 자 신을 다스릴 수 있으며, 커피 잔 밑에 침전되는 여름날의 사랑을 들여다보며, 고요한 몸짓으로 커피 맛을 음미할 수 있을 것입니 다. 그녀에게 “사랑하고 그리고 잃는 자는 사랑한 적이 없는 사람 보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는 테니슨의 말을 굳이 전할 필 요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 그녀가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라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뜨거운 눈물로 씻긴 그녀의 맑은 눈에 는 보다 넓은 세상, 보다 깊은 인생이 보일 것입니다. 사랑의 아 픔을 딛고 그녀는 생(生)의 계단을 한 계단 더 올라서면서, 좀 더 성장하고 성숙해질 것입니다. 겨울이 오면 그녀는 지난날의 사랑을 돌아보며 조용히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얀 눈 속에 사랑을 추억으로 곱게 묻 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상처 없는 젊음이 어디 있으랴. -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여시정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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