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정의를 명쾌히 내려 준 중딩딸
아침 일찍 올해 중딩이 된 큰딸을 집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큰 사거리까지 배웅해 주었다.
집에서 조금 걸어가면 사거리에 다다르기 전 조그만 급경사 오르막길이 나온다.
큰딸이 오르막길을 오르기도 전에 무거운 책가방을 매고 한숨부터 쉰다.
나는 큰딸의 기분도 모르고 눈치 코치도 없이 이 고개 이름을 '아리랑 고개' 로 하자고 했다.
그러자 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고개 이름은 '한숨 고개' 란다.
그렇다.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난 그런 큰딸이 안스럽다.
인생을 살다보면 앞으로 이런 힘든 고개를 얼마나 많이 만날까...
내가 큰딸에게 말했다.
"아빠가 너를 사랑하니까 네 등을 밀어줄께. 어때 이제 힘 안 들지?"
라는 말과 함께 헉헉대는 큰딸의 등을 힘차게 밀어주었다.
그러자 큰딸이 그런다.
"노인네가 힘도 쎄네, 그러면 반대로 아빠가 힘들잖아!"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난 바로
"아빠는 하나도 힘 안 들어."
그러자 큰딸이
"에이~~~ 거짓말"
그런다. 내 말을 절대로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난 이 말만큼은 정말 진심이다.
진짜 진심이다.
큰딸의 등을 밀어주느라 잠시 내가 힘들지는 몰라도 오르막길을 편하게 올라가는 큰딸을 보면 기쁘기만 하다.
이런 게 자식을 키우는 이 세상 모든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고개를 다 올라가니 이번에는 내리막길이다.
내가 큰딸에게 그랬다.
"내가 업고 내려갈까?"
이 말에 큰딸이 깜짝 놀라며 아빠는 변태같단다.
그래 난 변태다.
네가 좋아 변태가 되었단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큰딸 너를 너무나 사랑하는 걸,
이게 죄라면 죄다.
사람이 사람을 너무 사랑하면 변태가 된다고 큰딸에게 나만의 사랑학 개론을 설파했다.
그러자 가던 길을 멈추고 큰딸이 정색을 하고 묻는다.
"아빠, 아빠하고 엄마하고 사랑해서 같이 살고 나를 낳았지? 맞어?"
난 맞다고 대답을 했다.
그러자 큰딸이 재차 물었다.
"아빠, 엄마를 진짜 사랑해?"
나는 그런 큰딸에게 사랑이 뭔지 아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빠는 사랑이 뭔지 아냐고 되물어왔다.
난 큰딸의 물음에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처럼 얼어붙어서 말을 못 했다.
지금껏 인류 역사상, 아직까지 그 어떤 누구도 명쾌히 대답하지 못 했던 질문이니 낸들 무슨 수가 있으랴!
잠시 후 큰딸이 조용하게 아빠인 나를 부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실은 나 때문에 요즘 많이 힘들지?
그런데 아빠, 사랑이란 아무리 힘들어도 너의 존재로 해서 내가 힘들다고 상대에게 말하지 않는 거야."
나는 큰 고무 망치로 뒷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사랑이란?
사랑이란?
난 지금껏 반백 년을 살면서도 '사랑이란 무엇인가?' 라는 스스로의 물음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 했다.
사랑, 참으로 묘한 것이 알면 사랑할 수 없다.
왜?
때론 너무 힘드니까
그래서 사랑은 모르고 하는 낫다.
이게 사랑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너무나 어렵게 만들어 놓은 조물주의 숨은 뜻일 듯 싶다.
아무튼 난 아직 단 한 번도 아내와 큰딸, 작은딸을 사랑하면서 너희 때문에 힘들어 미치겠다 라고 말한 적이
없으니 적어도 큰딸이 말한 '사랑의 정의' 안에서는 난 가족을 사랑하는 것이 맞다.
이런 나의 진심을 누가 의심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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