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쓰는 이야기

우리 술 한잔 할까? 유부남 가까이 할때

대영플랜트 2014. 6. 6. 22:13
“우리 술 한잔할까?”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1)

“우리 술 한잔할까?”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1)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대 결혼은 필수가 아닌 옵션이라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말할 수 있는 여성들은 제외하고,

 결혼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많은 후배들에게 나는 조언한다.

“하루빨리 결혼 시장에 뛰어들어 남은 놈들을 열정적으로 쟁취하라!

이왕이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욕심나는 남자를 만나기를, 하고 바라는 언니 된 마음과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맞선 시장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탓이다.
여기에 또 다른 속내도 있다.

그것은 바로 늑대인간의 탈을 쓴 유부남들과의 로맨스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욕심이다.

어느 날 한 후배가 찾아왔다. ‘고백할 게 있어. 인생 상담 좀 해줘’라는 의미심장한 문자를 받은 터였기에 긴장감이 밀려왔다.

“언니, 우리 회사 김 과장이 좋아졌어. 나 어떡해?

“뭐시라? 김 과장이라면 애 딸린 유부남 아니야? 지난번에 네가 잘생겼다고 칭찬하던 그 남자!

눈치를 보아하니 후배는 그 김 과장이란 남자와 이미 한 배를 탄 듯했다.

지난 금요일엔 와인 바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어제는 유명한 맛집에서 식도락을 즐겼다고 했다.

어느 밤엔 그가 술에 취한 모습으로 후배의 집 앞까지 찾아와 차를 마시고 갔다고 했다.

“어디까지 간 거야?, “설마 선을 넘은 건 아니겠지?”와 같은 유치한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이미 불장난은 시작된 것 같았다.

정신 나갔다’는 책망을 하려는 순간, 문득 내 서른 무렵의 당황스런 장면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후배와 같은 고민을 할 뻔했던 나의 서른 즈음이 말이다.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2)

“우리 술 한잔할까?”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2)



한창 새로운 세상에 관심이 많았던 시절, 나는 꽃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쯤은 겸업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화원에서 도매가로 공급되는 꽃들을 플로리스트의 손을 거쳐 포장해 배달하는 일이었는데, 기자 재직 시절 쌓은 인맥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무릇 사업이란 하나도 쉬운 게 없더라.

 신세를 진 사람들과의 인맥을 잘 경영하기 위해 식사와 술자리를 하며 어울려야 했고,

기업 비서실에 있는 지인들에게는 수시로 안부 전화를 걸어 큼지막한 거래가 없는지 확인하고 한바탕 수다도 떨어야 했다.

 새로 들어온 꽃은 사진을 찍어 보내주고, 꽃이 제대로 배달됐는지 피드백까지 하고 나면

겨우 몇 푼 버는 일에 이렇게까지 큰 노고를 들여야 하나 싶어 회의가 들곤 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온 지인들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들과 나는 철저히 갑과 을의 이해관계에 놓였다.

펜을 잡고 사람들을 만날 때는 늘 갑의 위치였는데,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완벽한 을이 된 역전의 상황은 직면할 때마다 쉽지 않았다.

특히 마흔 무렵의 남자들을 상대하는 일은 정말이지 고됐다.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양의 탈을 쓴 늑대들인지 언젠가는 그들의 아내에게 음성 변조 어플리케이션 기능을 활용해 그들의 못된 만행들을 다 일러줄 생각이다.

한 모임에서 알게 된 못생긴 유부남 Q의 만행을 한번 들여다볼까?




“사업은 잘되시죠? 요즘 우리 꽃 주문할 일이 많아요. 조만간 큰 건으로 만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밤이 늦었는데 뭐 하고 계세요? 친구들과 시원한 맥주 한잔하는 중인데 시간 괜찮으시면 나오시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었다.

서른 무렵의 싱싱한 싱글인 내가 야심한 시각에 마흔이 훌쩍 넘은 유부남들과 왜 논단 말인가!

 물 좋은 연하들이 모인 강남의 와인 바라면 모르겠다.

Q는 사업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늘 이렇게 ‘늦은 시간’이면 불편한 전화를 걸어왔고, 난 그때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

그래도 그는 양호한 편이었다.

 과거 같은 건물 내 근무했던 뚱보 J 부장! 생긴 걸로만 본다면 정말 법 없이도 살 것처럼 순박한 남자였다.

 감히 그가 내게 그런 몹쓸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늘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했고,

 때때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꽃 배달 사업을 시작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한 뒤부터 그는 달라졌다.

한마디로 열쇠를 쥔 갑이 되어 힘없는 을인 나를 종종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 저녁 시간 어떻습니까?

“아…… 무슨 일 때문에 그러세요?

“지난번에 말했던 A 기관 왕 부장 기억하죠? 오늘 만나기로 했는데 재은 씨에게 도움이 될 사람인 것 같아서 같이 식사나 할까 해서요.

그가 소개해준 A 기관 왕 부장은 실제로 다음 달에 있을 기관 계열사 꽃 배달 건을 모두 몰아주겠다고 약속했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에 공짜는 없나 보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뚱보 부장은 같은 방향이니 함께 동승할 것을 권했고,

 내가 차에 타자 그는 마치 고독한 도시 남자라도 되는 양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리곤 작고 고운 내 손을 잡고 잠든 척 눈을 감았다. 내 손에서는 땀이 비 오듯 했고, 미치도록 불편한 그 상황에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종종 솔깃한 제안을 하며 내 젊음과 섹슈얼리티를 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래하려 했다.

난 그때마다 승냥이를 만난 사슴처럼 정신없이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 시절의 내 바람은 하나였다.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어. 공식적으로 내가 한 남자에게 속한 여자라는 사회적 승인이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이런 거지 같은 유부남들의 끈적한 꼬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테니 말이야!



 

“우리 술 한잔할까?”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3)


“우리 술 한잔할까?” 유부남이 끈적하게 말을 걸어올 때(3)

돌아보니 서른 즈음이야말로 ‘장미 같은 나이’란 생각이 든다.

가장 화려하고 섹시하게 피어 있지만 사방팔방 아찔한 가시들이 돋아 있는 꽃 장미!

수많은 유혹과 불공정한 대우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잘 설계된 꽃 말이다.
내 기억 속 ‘끈적한 유부남’들은 서른 무렵의 여자들을 잠시 잠깐의 유희를 위해 스쳐 지나가도 크게 상처받지 않을 농익은 여자로 정의하는 듯했다.

 적지 않은 연애 경험으로 사랑의 환상에서 벗어난 여자,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수 있는 열정적인 여자,

자신의 행동에 책임질 줄 아는 성숙한 단계의 여자라고 말이다.

 ‘비록 우리가 하룻밤 유희를 즐긴다 한들 그 결정은 네가 한 것이니 현명하게 대응할 줄 알 테고,

지금까지 이런저런 남자들을 만나며 남자의 속성에 대해 어느 정도 깨우쳤을 테지’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했다.

 때문에 만만하고 도발적이고 흥미로운 대상이 바로 서른 무렵의 여자들이다.

실제로 상당수의 ‘미친 유부남’들은 서른 즈음의 싱글 여성만큼 안정적이되 도전적인 유혹의 대상은 없다고 공공연히 떠든다. 정말 미친 것이 틀림없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수컷이란 동물은 암컷에 비해 미개하고 부족하니 그들이 욕망하는 세상이란 애초 불가능하다고 치자.

하지만 문제는 그들의 꼬임에 홀랑 넘어가는 유약한 여자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통계를 낼 수는 없지만 유부남과 교제하는 싱글 여성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공간엔 ‘유부남과 사귀고 있는 여성’을 위한 카페들이 꽤 여러 개 존재하고, 그중에는 설립 연도가 2001년으로 상당히 오래된 곳도 있다.

유부남을 사랑한 미혼녀들’이나 ‘금지된 사랑’ 등의 이름으로 개설된 카페가 바로 유부남과 만나는 미혼 여성들의 활동 구역인데,

이곳의 회원 수는 자그마치 2천 명이 넘는다.



위태로운 만남은 목숨도 갈라놓을 수 없는 위대한 것으로 변질되곤 한다.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신념에 자신을 가두고 강하게 설득하는 걸 즐긴다.

한마디로 세상이 반대하는 만남인 만큼 우리 둘은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정당화하며 너무 늦게 인연을 점지해준 하늘의 장난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건다.

첫 단추를 잘못 꼈으니 이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부인과는 별거 중이고, 곧 그 관계를 정리할 거라고 했어요. 마음이 편하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해요. 우린 그저 너무 늦게 만난 게 아닐까요?

실제로 유부남과 교제하고 있는 한 여성의 고백이다.

인정한다. 유부남은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소유할 수 없는, 갖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미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한 여자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유부남은 싱글 남성보다 정제되고 정돈된 분위기를 풍기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편이다.

그뿐인가! 별것도 아닌 일에 토라져 핸드폰을 꺼놓는 속 좁은 어린 남자들보다 훨씬 자상하고 이해심도 깊다.

어린 찌질이 남자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진정한 남자다운 포스도 느껴진다. 그렇기에 더더욱 애틋한 것이다.

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 세상이 허락지 않는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결국 위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비합리적 신념에 자신을 가두는 건 아닐까?

혹 그대가 이런 사랑에 빠져 있다면 조용히 자신의 사랑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당신을 질타하며 ‘정신 차리라’는 훈계 따위는 하고 싶지 않다.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위로를 건네며, 아직 어리고 순수한 당신을 꼬드긴 그 유부남이 나쁘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다.

사랑이란 변하기 마련인지라 평생을 두고 열렬히 노력해야 한다.

 사랑은 공유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랑하는 이를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줄 수도 내어줄 수도 없다.

 또한 사랑이란 시작과 마무리 모두가 아름다워야 진정한 사랑이다.

그러니 금지된 사랑에 빠지려는 그대여! 당신의 사랑이 위의 모든 조건들을 충족했다 말할 수 있는가?

바쁜 일상에 치여 후배의 고백을 잠시 잊은 채 살아가던 어느 날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언니, 나 그 유부남하고 끝냈어. 내가 총 맞았었나 봐.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에게 이 시간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할 것 같아.
그 남자 지갑에 꽂혀 있던 사진 속 어린 아들한테도 그렇고. 양심에 찔리는 만남은 나쁜 만남
맞지? 그래서 다 정리했어. 속이 후련해.

후배의 이야기에 내 속도 후련해졌다. 나쁜 만남은 나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서른 즈음의 그대들을 끈적하게 유혹하는 남자가 있다면 나쁜 놈이니 상대도 하지 말자.

자칫 끝이 지옥이라도 같이 가고 싶은 미친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