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잠 못드는 밤

대영플랜트 2014. 6. 9. 12:44

꿈을 산다 /채정화

 

 

"잠 한 근만 주세요." 잠을 흥정한다

안경 너머로 한참을 살피다가

숙련된 전문가 답게 능숙한 손놀림

몇 번의 주의 끝에 정확하게

저울 눈금하나 안 틀리게 달아준다

오늘은 사온 잠만큼 잘 것이다

거꾸로 눕다가 바로 눕다가 시계 초침소리에

베게로 귀를 틀어막지 않아도 될 것이다

밤으로 더 깊은 밤으로 가는 마차를 타고

흔들거리며 가리라

배불리 먹어도 배 나오지 않고

높은 곳에서 돌멩이처럼 굴러도

부러진 곳은 물론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신기한 나라에 한참을 머물 것이다

운 좋으면 그리운 사람을 만날수도 있다

손잡고 어디든 갈 수도 있다

꽃이 노래하고 날아다니는 고래도 볼 수 있다

걸핏하면 낯선 교실에 홀로 앉아

손톱을 물어뜯는 엉겅퀴 같은 나와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다

낯 선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 한쪽 삐끗하면 소스라치게 놀라

빠져나올 수 있는 나라

잠 값을 치른 만큼 딱 고만큼만 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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