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설레임보다는 착잡함이 먼저 와 닿아서
오히려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마지막 번호를 누르자 송신 신호음이
기대치 않았던 영어 노래여서 약간 당혹스러웠다.
'아, 이 남자는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철이 않든 젊은이처럼 첨단 문명을 고루 섭렵하는
화려함을 갖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순간 해보았다.
잠시 머리속을 정리하며 귀에 많이 익숙한
이노래의 정체를 가늠하는동안
나는 하마터면 아- 하고 탄성을 지를뻔했다.
너무 많이 귀에 익어서 멀고 아득했던것들이
시간을 초월해 내 앞으로
와르르 달려드는 강렬한 착각때문에
온 몸의 세포가 한순간 일시에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Epitaph- King Creamson (묘비명)
이 노래는...
잊으면 억울할것같아서 늘 기억하려 애썼던 노래였다.
잊으려해도 절대 잊혀지지 않아서 더욱 안타까웠던 노래였다.
나는 이 노래의 제목을 33년간 기억하고 있고
나는 이 노래를 듣기위해 밤새워 돌렸던
검은색의 레코드판을 기억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노래를 신청곡으로 내 놓았던
다방 메모지들을 기억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죽을것같은 숨가쁨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던 밤들을 기억하고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이 노래를 오늘날까지도 사랑하면서
전화를 거는이 에게까지 愛聽 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노래 하나에 운명을 말한다는것이
이해하기 힘든 웃기는 얘기지만
난 처음으로 이 남자와 同質感 내지는
어차피 만날질수밖에 없는 必然 의 냄새가 맡아졌다.
노래가 끊어지면서 곧이어 묵직하고 차분하다못해
냉기까지 느껴지는 그 남자의 바리톤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이 남자의 목소리가 이랬었나? 하고 잠시 기억을 더듬는다.
반면, 내 목소리가 이 남자에겐 어떻게 전해졌을지
걱정스러움도 갖는다.
Tight한 하얀색 셔츠와
내가 지금도 못잊는 Baby Blue 색 청바지,
눈 보다 더 흰 B B운동화 가 참 잘 어울리며
잘 정돈 되어 빗어올린 머리카락을 갖은 남자,
그랬었지,
이 남자에게선 늘 청량한 바람이 느껴졌었지.
자상한 몸짓이 늘 어리광 피우고 싶어지게 했고
섬세한 感性 이 샘물처럼 흔들리던 남자.
그런 그 남자를
오늘 난 만나러 간다.
배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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