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구쟁이 아들 녀석이 친구들과 퐁퐁을 타고 놀다가 쇠로 된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응급실로 달려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장난이 심하고 잘 다치는 편이라 밖으로 나가도 걱정이 되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그날도 심하게 다친 줄도 모르고 집에도 오지 않고 노는데 바빠 늦어서야 들어서는 것을 보고는
"야! 너 머리가 왜 이래?"
"좀 다쳤어요."
"좀이 아니야"
피가 줄줄 흘려 내리는 통에 놀라서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응급실에서 의사선생님은 이런저런 상황을 아들에게 물어보더니 그냥 두어 바늘 꿰매면 되겠다고 하시며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일주일 후, 실밥을 뽑으러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아 한참을 대기하고 있다가 아들이름을 불러 너무 반가워 달려갔더니 간호사님이 "실 뽑으러 오셨죠?"
"네"
"어디 보자" 하시며 가위로 두 바늘 꿰맨 실을 싹둑 잘라주십니다.
"수납하시고 집에 가세요. 이제 머리 감으셔도 됩니다."
'뭐가 이렇게 간단해?'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서 나와 5.020원 수납을 하고 나서 영수증을 보았더니
진찰료 9,190원
처치 및 수술료 3,345원
계 12,538원
본인부담금 5,015원
보험자부담금 7,523원
진찰료? 아니, 의사선생님 얼굴도 못 뵈었는데 무슨 진찰료??
의심스러운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수납했던 아가씨에게 달려가 물어 보았습니다.
"저기요. 영수증에 보니 진찰료라고 되어있던데 뭔가요? 저 의사선생님 못 뵈었는데..."
"거기엔 수납료 까지 포함되어있는 겁니다."
"수납료?"
"실밥 뽑으러 오신 것 아닌가요?"
"네 맞아요."
"뽑으셨잖아요."
"네"
얼굴을 마주 대하던 그 직원, 대뜸 하는 말,
"그럼 집에서 뽑으셨어야죠!"
"................."
돈이 문제가 아니라 쌀쌀하게 대하는 그 태도가 할말을 잃어 버리게 했습니다.
어찌 된 사실인지 물어 볼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맞어, 집에서 뽑았으면 이런 일 없지...
하지만, 어찌 사람이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던가? 더불어 사는 세상인걸....전문가의 손도 빌릴때도 있어야지.
정말 집에서 뽑았으면 좋았을 껄 하는 마음 꿀떡같았습니다. 모두가 자세한 설명도 없고 불친절 한 것을 보니..
남편이 "내가 해 줄까?" 라고 하니,
"아빠 못 믿어요" 아들 녀석 한사코 싫다고 하여 병원을 찾긴 하였는데…….
그럼, 실밥이야 간호사님이 뽑더라도, 의사선생님이 아이 머리는 한번 봐 주어야 되는 것 아닌가? 정말 상처가 잘 아물었는지? 그것도 머리인데 말입니다. 또 몇시간을 기다려 의사선생님의 얼굴이라도 뵙고 자세한 설명만 있었다면 이렇게 맘 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건강보험료가 6.5%, 의료수가는 2.3% 인상되어 의료수가는 정해져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공급자는 물가. 임금상승률로 경영난에 더 올려야 한다고 야단, 가입자는 6년 사이에 직장인 보험료가 2배나 올랐다며 허리가 휜다고 야단…….보험료는 오르고 혜택은 줄어들고…….
물론, 더 친절한 병원도 많겠지만, 언제나, 누구나 아프면 달려가 맘 놓고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이었음 좋겠습니다.
아무튼,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렇게 가볍지만 않은 하루가 되었습니다.
'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 (0) | 2007.08.27 |
---|---|
[스크랩] 의료사고! 어디에 하소연 할까? (0) | 2007.08.26 |
[스크랩] 섹스로 섹스 중독증 치유 안된다 (0) | 2007.08.24 |
[스크랩] 부부가 하는 러브 마사지 (0) | 2007.08.18 |
[스크랩] 기막힌 자궁 이야기 [여성의 몸을 알자] (0) | 2007.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