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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똬리와 남편의 모습
-글/저녁노을-
오락가락 하는 장맛비로 인해 햇살보기가 어려운 요즘입니다.
온 집안 가득 눅눅하고 습기가 많아 기분 또한 가라앉게 되어버리는 것 같은…….
어제는 저녁을 먹고 나니 우리 딸 밥을 많이 먹었다고 하면서
"엄마! 우리 운동가요"
"밖에 비 안 와?"
"안 와요. 얼른 가요"
"운동장이 젖어서 못 해"
"아파트라도 돌아요."
"그럼 마트나 갔다 올까? 계란도 다 떨어졌는데"
"네"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밤 운동을 하기 위하여 온 가족이 손을 잡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반짝반짝 현란한 네온사인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하루를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바쁜 발걸음,
세상은 잠자지 않고 그렇게 숨 쉬고 있었습니다.
서로서로 팔짱을 끼고 걸어서 10분 거리인 대형마트에 들어서니
9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지만 제법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차를 가지고 오질 않았기에 무거운 물건들은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저기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산다고 해도 제법 무거울 것 같아
아이들 손에, 또 내 손에 한 가지씩 들고 나머지는 작은 박스에 담았습니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길,
갈 땐 빈손이었지만, 올 때에는 자기에게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손에 들려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스를 든 남편은 안고 가려고 하니 팔이 아픈지
아예 머리에 이고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어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야~ 아빠 좀 봐"
"아빠 왜 머리에 이고 그래요?"
"왜? 편하고 좋은데……."
"머리에 무거운 것 이면 키 안 커요"
"아빤 다 자랐어. 걱정 마"
"푸하하하하~~~"
"여보! 손 놓고는 안 되겠다"하시며 넘어가는 박스를 잡기도 하며 묘기를 부리려 합니다.
"아빠, 똬리가 있어야죠."
"그러게 말이야"
아들 녀석은 할머니가 머리에 이고 갈 때 똬리를 사용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아들! 너 똬리를 알아?"
"그럼요 알아요."
"어떻게?"
"검정고무신 책에서 봤어요."
"그랬구나."
똬리는 지방에 따라 또아리, 또바리, 또가리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똬리는 짚이나 헝겊을 둥글게 틀어서 만든 것으로
이것은 여인네와 애환을 함께 한 물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인네들이 머리 위에 물동이를 얹을 때나,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일 때 똬리를 이용했고,
똬리가 없을 땐 급한 데로 수건을 똬리처럼 틀어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남자들이 지게를 이용해 물건을 날랐다면 여자들은
똬리를 이용해 머리에 물건을 날랐던…….
똬리만 올려놓으면 우리 어머니의 머리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물 항아리건, 짐 보따리건, 볏짚이건, 똬리 위에 물건을 올려놓으면
모두가 얌전해졌으니 말입니다.
어린 나이에도 내 어머니의 머리나, 동네 아줌마들의 머리는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 또한 중학교 때까지 머리에 물동이 이고 가다가
옷 다 젖곤 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주먹만한 손으로 엄마를 도와 주고픈 마음에서 말입니다.
머리에 이고 총총히 걸어가는 남편의 모습에서
나는 또 엄마의 모습을 떠 올립니다.
아니, 우리 어머님들의 모습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요즘에야 머리에 물건을 이고 다닐 일도 없거니와,
똬리 자체를 볼 수 없는 사라져 버린 물건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이 책을 통해서라도 알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
우리의 잊혀져 가는 아름다운 전통들을 잊지 않고 후손들에게 전해 줬음 하는 마음
간절한 날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시길 빕니다.
출처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저녁노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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