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갈비)
(밖에서 본 부암갈비 겉모습, 크지 않다)
지인의 안내를 받아 간곳은 인천 간석시장 입구에 있는 부암갈비. 1978년 생겨났다하니 나름 망하지 않은 비결(?)은 지니고 있나 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갈비집이라기 보다 대폿집이라 해야 더 들어맞는 분위기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테이블에서 지친 삶을 달랬을까? 30년의 세월을 견뎌왔다. 요즘은 이렇게 작은 드럼통 테이블 보기 힘들다. 밑에 두꺼운 강판을 덧대 쓰러지지 않도록 했다 )
이런 분위기 서울에도 있다. 마포 최대포를 연상하면 쉬우리라. 드럼통을 개조해 만든 테이블 좀 보라지. 테이블이 귀엽다면 말 다했다. 이렇게 작은 드럼통 테이블은 어디 가서 본적이 없다. 알고 보니 장사를 처음 할 때부터 사용 하던 거라 하니, 테이블이 작은 게 아니고 그만큼 우리들 체격조건이 커졌다는거다.
그러고 보니 메뉴판도 작다. 그도 그럴 것이 갈비집이라면 잘 하든 못하든 꼭 있는 냉면하나 없이 돼지갈비와 돼지생갈비 뿐이니까. 좋아! 30년 동안이나 망하지 않고 버티게 해 줬던 그 갈비를 뜯어보자.
(생갈비 4대에 1만원, 고기 질이 모자라지 않다. 고기맛은 고기가 좋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 하지만 잘 지키지 않은 집들이 많다)
(선도가 좋아 보인다)
여기 생갈비 한판! 한판은 갈비 네 대를 말한다. 그게 만원이다. 요즘 하도 저가의 고깃집이 많이 생겨나다 보니, 비싸다고 해야 하나 싸다고 해야 하나. 감이 안 선다. 그렇다면 나오는 고기를 보시라. 선명한 육색과 알알이 맺힌 지방층이 저가의 고깃집을 기억에서 밀어내지 않는가.
치이익! 잘 달궈진 불판위에 고기를 올리고 굵은 소금을 친다. 이때, 소금은 살살 뿌리지 말고 고기에 쳐야 제 맛이다. 어쩌면 소금구이의 맛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기가 미각을 유혹하기 전에 나오는 찬들을 살펴본다.
(갈비 맛을 살려주는 부암갈비만의 특제 젓갈)
젓갈에 다진 청양고추가 들어간 게 보인다. 같이 간 지인이 젓갈의 종류를 맞춰보라며 시험을 친다. 이것도 문제라고 내시나. 맛보기도 전에 딱 갈치속젓이구만. 근데 멸치젓도 약간 들어간 것 같다. 처음 보면 별로 정감가지 않은 인상의 쥔장에게 물어보니 별로 정감가지 않은 얼굴로 알듯 모를 듯 미소만 흘린다.
(잘 익은 갓김치)
(갓김치 맛보다는 못하지만 알맞게 잘 익은 총각김치)
푹 삭은 갓김치도 가벼운 음식들로 테이블을 차지한 다른 갈빗집과 다른 점이다. 한 마디로 배가 불러도 밥 생각나는 김치의 맛이라면 상상이 가는가. 고추 간장 장아찌도 있고, 맛보라며 총각김치도 내온다. 상추나 깻잎 같은 건 관심권 밖이니 내버려 둔다.
부드러운 고기가 탱탱한 탄력감이 느껴진다. 다 익었으니 어서 맛 좀 봐주라는 항의다. 쥔장께서 고추장아찌를 얹어 맛보라고 권한다. 맛이 풍부하긴 한데 이건 여성적인 맛이다.
아무래도 불 맛을 선호하는 맛객은 소금에 살짝 찍어 먹는 게 낫겠다. 육즙이 넘친다. 살살 녹는다. 앞 서 얘기한대로 고기에서 맛이 난다. 한 마디로 고기가 좋지 못하면 나올 수 없는 맛이다.
(부암갈비는 젓갈과 함께 먹도록 젓갈이 나오는 게 특징이다)
(잘 익은 갓김치를 올려 약간의 밥과 함께 먹는 방법도 있다)
불 맛보다 좀 더 진한 맛을 보고 싶다면 아까 말한 젓갈에다 찍어 먹는다. 젓갈과 고기가 어느 한쪽으로 끌려가지 않는다. 서로 충돌해 어긋나는 맛이 아닌 결합해 맛을 상승시킨다. 자칫 고기만 먹었을 때 느끼할 수 있는 단점을 극복하게 해주는 맛이다.
(가게 안)
우리가 찾아간 시간이 일요일 오후였는데 그새 7~8개의 테이블이 손님들로 가득 찼다. 쥔장은 불 피우랴. 고기 구우랴. 심부름하랴. 바쁨의 연속이다. 좀 전의 다정다감해보이지 않던 얼굴도 열심히 일하는 모습으로 인해 매력이 느껴진다면 넘 오버인가?
“나는 처음 본 사람들이 첫인상 보고 좀 그래도 한 번 사귀면 몇 십 년 오래 사겨”
자신의 얼굴을 보지 말고 진득한 마음을 보라는 쥔장의 말이다. 첫 인상이 그 사람의 전체를 평가하는 세상에 쥔장의 고뇌가 묻어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양념갈비는 오래전 그 맛!
(양념갈비)
생갈비 맛이 주인장 마음의 맛을 엿 볼 수 있다면 양념갈비는 손맛을 보여준다. 어디 먹어보자. 언뜻 보면 양은 불판 같지만 유기로 만든 불판이다. 무게도 꽤 나가는 걸 보면 두께가 있나보다. 이 불판 역시 아주 오래전에 꽤 비싼 돈을 주고 맞춘 거라고 한다.
양념갈비에서는 약간 쓴 듯 하면서 향채의 맛이 느껴진다. 요즘 갈빗집 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내주는 달착지근한 맛이 아니다. 뭐랄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 2~30년 뒤로 돌아간 맛이라고 할까. 요즘의 젊은 세대는 잘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맛이다.
(달착지근하지 않고 진한 양념의 맛과 향이 느껴진다. 쉽게 물리지 않는다)
반대로 테이블과 분위기에서, 갈비에서 어떤 향수를 찾고자 하는 그대라면 많고 많은 갈빗집 놔두고 한 번 찾아가 보시라. 먹으면 당장 와 맛있다! 소리는 나오지 않더라도 은근히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맛이니까. 또 이게 원래 우리들 맛 아녔던가.
(시골 집에서 먹는 맛이 나는 된장찌개, 구수하면서 개운하다)
갈비를 다 먹었다면 필히 밥 한술 떠 보시라. 나오는 된장찌개가 볼품은 없지만 구수하고 개운해서 먹어도 먹어도 수저를 놓지 못하게 하니까. 여기에 잘 익은 갓김치를 반찬 삼으라. 금세 고향집 밥상 앞에 앉아있는 착각에 빠져들 테니까.
옥호: 부암갈비
전화: 032)425-5538
위치: 인천 간석시장 입구
메뉴: 돼지갈비(양념, 생갈비) 4대 10,000원
2007.3.21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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