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힘내세요 ♡
출근하는 길,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내며 대문을 나섭니다.
아직 확실한 의사표현을 못하는 세 살 된 막내딸은 글썽이는
눈망울로 '아빠, 빨리 와야 해' 라고 조르는 듯 합니다.
갑작스러운 저의 실직으로 경제난을 이기지 못한
아내의 돌연한 가출로 인해 생긴 빈자리는 참으로 컸습니다.
빨래 한 번, 밥 한 번 해보지 않았고,
기저귀의 앞뒤가 어딘지도 모르는 저에게는 막막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다섯 살, 세 살 된 두 딸아이를 두고 마냥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날마다 엄마를 찾으며 우는 두 딸을 업고 안고,
책장을 뒤져 요리 책을 찾고,
옆집 새댁에게 기저귀 채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요리 책을 보고 난생 처음 끓여본 미역국과 계란찜.
이날부터 저의 1인 2역이 시작되었습니다.
남자 혼자 아이를 키우니까 아이들이 불쌍하게
보인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고 매일 목욕시키고,
한 번 입은 옷은 무조건 빨고, 집 청소는 하루에 두 번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 밥 먹이고 목욕시키고,
큰딸을 고무줄로 머리 묶어 놀이방에 보내면 10시.
빨래해 놓은 것 널고, 아이들 장난감 정리하고,
1톤 트럭에 물건 싣고, 장사하러 나가면 11시.
오후 6시에 장사 마치고 아이들 놀이방에서 데려오고,
시장 보아 저녁하고, 아이들 씻겨서 재우면 밤 10시.
빨래하고 잠자리에 들면 밤 12시.
처음 한 달은 정신이 없어 힘든 줄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힘들고 요령이 생기더군요.
목욕은 이틀에 한 번, 빨래는 3일에 한 번,
아침은 빵과 우유, 국은 큰솥에 끓여 며칠을 먹고….
거기까지는 스스로 생각해도 잘 견디었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가 함께 심하게 앓을 때는
엄마라는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 느껴지며
내가 얼마나 무관심하게 살아왔는지 절감했습니다.
몸이 약해 잔병이 끊이지 않던 작은 딸아이가
감기, 변비, 수두, 중이염, 황달까지….
단 하루도 골골대며 편안한 호흡을 내쉬지 못하는 것을
볼 때는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던 날,
지친 몸으로 방에 들어섰을 때 두 딸아이는 갑자기
얼어터진 보일러 때문에 냉방이 된 방에서 꼭 끌어안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미 둘 다 펄펄 열이 나며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어찌해야 할지 정말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내게 닥친 현실이 숨막히며 아내처럼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어디든 멀리 가서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 마음을 큰딸은 알았나봅니다.
무의식중에도 '아빠는 가지 마세요.
아빠 안 돼∼'하며 제 옷을 붙잡았습니다.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저는 구급차를 부를 새도 없이
두 아이를 업고 안고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아아, 도망치고 싶다.'
끝이 보이지 않는 시련에 누군가를 원망하며
정신 없이 달리는데 정신이 들었는지 큰 아이가 저를 또 불렀습니다.
"아…빠…."
하지만 저를 아이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마구 달렸지요.
제가 대답하지 않자,
등에 업힌 그 아이는 그 힘없는 팔로 제 목을 꼭 감싸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멈춰 섰지요.
그 때 아이가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최대한 크게 속삭였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참 평범한 말이지요?
그런데 다섯 살 난 딸아이가 던진 이 한마디는
제게 기적 같은 응원이 되어주었습니다.
비참한 상황에서도 짜증은커녕 무능한 아빠에게 용기를 주는 딸로 인해,
저는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고 노점상은 단속 때문에 그만두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봉제 공장에서 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약 최악의 상황이었던 그때,
딸아이의 그 한마디가 없었다면 전 두 아이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애비가 되었을 겁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큰 딸아이가 제 목을 끌어안고 속삭여줍니다.
"아빠, 힘내세요."
─━☆비평가와네티즌이 선정한 한국베스트명시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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