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의사 앞에서 치마를 내리고 엉덩이 보이기가 부끄러워 항문외과 문턱을 넘지 못하는 여자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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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여자만이 알 수 있는 동병상련이기 때문일까? 나를 찾아오는 환자의 80%가 여자 환자다. 인터넷으로 여의사를 찾아보고 예약해서 오거나 지인의 소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얼마나 절박했는지 여의사가 있다는 이유로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원정 오는 환자도 종종 있다. 환자들이 나를 만나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여자 선생님이 있는 줄 알았으면 진작 왔을 거예요”, “남자 선생님이 아니라 너무 좋아요”, “남자 선생님이 계신병원에 갔는데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등이 그것이다.
대장항문 분야의 외과의사로 진료하면서 느낀 점은 사회가 변해도 항문 질환에 대해서는 아직도 감추고 싶고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도‘내가 치질이 생기면 누구한테 진료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니 환자들의 타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여자 치질환자들을 살펴보면, 발병 초기에 배변 시 피가 나면‘뭐 괜찮아지겠지’하고 그냥 방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중에 앉지도 못할 정도로 아픔이 심해져 눈물을 머금고 병원을 찾게 된다. 간단한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병을 평균3~4년, 길게는 10년 정도 푹 묵혀서 병원에 오니 치료 방법도 덩달아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치핵이 심해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 “불편 하셨을 텐데 왜 진작 안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그제서야“부끄러운 마음에 이제껏 미루다가 여의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겨우 용기 내서 왔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 외에 단순히 치료하는 것이 아플까 봐 병원에 오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수술 후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차피 재발하니 다 소용 없다”라는 소문들을 듣고 지레 겁 먹고 포기한다.
이들을 진료할 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초기 치질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치질이 심해 지지 않게 하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었을 테고, 적절한 시기에 행해지는 치질 수술은 오히려 통증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임신과 치핵의 관계다. 많은 가임기 여성들이“임신 전에 치질 수술을 해야 할까요? 어머니는 어차피 임신하고 나면 또 치질에 걸리니 차라리 분만하고 나서 수술하라고 하세요”라고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임신 전 치질 증상이 없었거나 경도의 치질은 분만 후 항문 상태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러나 임신전, 치질 덩어리가 배변 시 들락거릴 정도로 심하거나 이미 밖으로 돌출되어 덩어리로 만져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신 초기와 중기에는 호르몬 변화와 철분제복용 등으로 변비가 생기기 쉽고, 기존의 치질이 갑자기 악화될 수 있다.
임신 후기에는 태아가 골반 내에 자리를 잡으면서 항문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이때의 아픔을“애를 두 번 낳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다행히 대부분 비수술적 관리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임신을 준비 중인 여성들은 가능하면 임신 전에 병원을 찾아 본인의 항문 상태를 파악할 것을 권한다.
/ 헬스조선 강수민기자 도움말 유상화(한솔병원대장항문외과과장) 일러스트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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