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의 지혜

[스크랩] `72의 법칙`과 747

대영플랜트 2010. 5. 2. 18:43

 

[매경포럼] '72의 법칙'과 747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72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이는 복리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으로 72를 연간 수익률로 나누면 복리로 자금을 운용해 자금규모가 두 배가 되기까지의 기간을 개략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원금 1억원을 연리 6%로 운용할 경우 2억원이 될 때까지의 기간은 72 나누기 6, 즉 12년이 걸린다.

1626년 인디언들이 정복자들에게 미국 맨해튼 섬을 겨우 24달러에 팔아넘긴 것을 놓고 많은 사람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유명한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는 24달러를 연리 8% 복리로 계산했을 경우 그 가치는 360여 년이 흐른 1989년에 무려 32조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그의 저서에서 설명했다. 복리의 마술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72의 법칙은 여러 곳에 응용해 흥미로운 시사점을 도출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일정한 경제성장률 아래에서 한 국가의 소득이 두 배가 되는 기간이 얼마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여 동안 연평균 9% 정도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8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을 두 배로 늘렸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995년 1만달러를 돌파한 후 지난해 2만달러가 되기까지 12년이 걸렸다. 법칙대로라면 이 기간에 연평균 성장률이 4.6%였으므로 소득이 두 배로 되는데 15년은 걸려야 하나, 99년 이후 원화값이 크게 상승해 달러로 환산한 소득이 두 배로 되는 기간이 단축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MB노믹스의 근간인 '747 비전'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이 비전은 연간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10년 후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 진입을 이룩한다는 것이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연평균 7% 성장을 달성한다면 대략 10년 후 소득을 지금(2만달러)의 두 배로 키우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원화값이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10년 후 소득(달러 표시)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7% 성장을 과연 달성해 나갈 수 있겠느냐다. 당장 올해만 해도 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 경상수지 등 성장의 주요 구성요소를 고려할 때 4% 성장도 달성하기 힘든 것으로 계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많은 기관이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성장률이 크게 회복되길 기대하기 힘들다.

더구나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돼 배럴당 150달러에 이르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로 떨어지고, 200달러로 상승하면 마이너스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연간 7% 성장 달성은 아무리 비전이라고 해도 공염불일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말해 열악한 활주로와 악천후 때문에 보잉747을 띄워 보겠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만일 연평균 성장률이 4%라면 소득이 4만달러가 되는데 18년이 걸릴 것이고, 성장률이 3%라면 24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최근 몇 년 동안 10%를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빠르게 국내총생산(GDP)을 늘리고 있고 2007년 기준으로 3.3배인 우리나라와의 GDP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8년 후면 중국의 GDP가 일본의 절반이 되고 16년 후면 일본과 동일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과거 선진국을 따라잡자는 캐치업 전략으로 선진국 문턱까지 온 대한민국이 더 이상 비약하지 못하고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재도약의 전기를 새롭게 마련할 것인가는 정부와 기업, 국민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각 경제주체들이 혼연일체가 돼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소득을 두 배로 늘리는 기간도 그만큼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여론 눈치나 살피면서 개혁을 게을리하고 코드인사나 일삼는다면 경제는 갈수록 뒤처질 것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얽매어 기싸움이나 하고 포퓰리즘에 젖어 정부 개혁의 뒷다리나 잡으려 한다면 이 또한 경제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놓는 일이 될 것이다.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부 유보 쌓기에 열중하고 시민들이 시위로 날을 세우고 적당히 즐기려고만 한다면 한국경제는 이류, 삼류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온기운 논설위원]
 
출처 : 따스함을 느끼는 공간
글쓴이 : 캄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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