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청승맞은 빗줄기는 실핏줄을 갈기 갈기 흥분시킨다.
빗줄기를 타고 흘러 내리는 창문 사이로,
머언 태고의 신비로움이 묻어난다.
아마도 비 오는날의 전설인가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천상에서 재회를 했지만,
결국은 또 이루지 못하여 흘리는 눈물인가?
중년의 음악실에선....
유익종의,
새 보다 자유로워라 ....가 빗줄기 사이로 심오하게 파고든다.
파바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
불현듯,
그래 떠나자,
길이라도 좋고 길이 아니라도 좋다.
떠나자
이대로 주저 앉아서 청승떨지 말고...................
비 내리는 오후,
간단한 복장으로 집을 나선다.
목적지도없이..
비 오는날에 비의 나그네가 되어보자,
우산 하나 달랑들고,
엑셀을 밟아보자.
월드컵 경기장이 휙 하고 지나간다.
성산대교의 교각들이 비에 젖어 슬피 울어댄다.
와이퍼의 흔들림이 요란하게
길을 안내 해 준다.
얼마쯤 지나니, 서해안 고속도로의 팻말이 비의 나그네를 설레게한다.
그래,
서해로 가는거야.
평택을 지나자 웅장하고 장엄한 서해대교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슬아슬하게 놓여진 교각들 사이로
자동차의 행렬은 잘도 빠져 나간다.
서해대교의 웅장함을 뒤로 한 채로
당진 좀 못미쳐서,
"송악"이란 이정표가 뭍 사내를 유혹한다.
에라 모르겠다.
조금쯤 가다보니,
"서해에서 일출을, 서해에서 낙조를"
아니?
어찌하여 서해에서 일출을?
왜목마을을 물어물어 굶주린 이리처럼, 허기진 배를 움켜쥔채로,
주변엔,
안개가 자욱한게 마치, 안개마을을 찾아서 헤메이는
비의 나그네가 되어서 ...
외로움을 베낭삼아서,그리움을 융단삼아서,
목적지도없이 헤메이는 자신이 처량하기만하다.
안개 사이로 펼쳐지는 대 자연의 산하가
잘 왔노라며,
환영을 해 준다.
왜목마을에 당도하자 썰물이 빠져나간 흔적이 금새 눈에 들어온다.
모텔, 몇개가 손님을 기다리는듯 처량하게 보인다.
방파제를 따라서
쓸쓸히 걷노라니, 굴을캐는 할머니가 굴, 먹고가라면서, 유혹의 손길을.....
바람불어 좋은날,
비가와서 좋은날, 머리는 바람에 비에 젖어서,
갈 곳 모르고 허둥대는가.
고독이란놈이 이 곳까지 쫓아와서 괴롭힌다.
횟집 아줌마들의 호객행위에 결국은 말려들어,
아저씨..?
도다리로 할꺼나, 광어로? 농어로?
아니야,
돔으로 주시고, 서비스는 산낙지로 주구려...
"로진스키"2병도...
커다란 창문 사이로 바닷물은 빠져 나갔지만,
흙갈색의 갯벌 사이로 띄엄 띄엄 띄워져있는 자그마한 어선들의 모습이 한 폭의 수채화다.
안개 사이로 피어 오르는 서해의 풍경은
날 위해서 펼쳐진듯한 착각을....
손님...!!
아쉽네요, 내일 아침은 일출을 볼 수가 없어서....
아닙니다.
일출도 좋지만, 회색의 바다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한 잔 술에 그리움이 곁에와서 서성인다.
두 잔 술에 외로움이 친구하잔다.
나머지 술들은 고독이 찾아와서 마셔 버린다.
어둑 어둑해지는 서해의 썰물을 뒤로 한채로,
자그마한 팬션으로 안내 해 준다.
팬션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마치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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