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스크랩] 골목 공사장

대영플랜트 2012. 7. 21. 22:47

 

 

골목 공사장
             炚土 김인선

 


모두가 제 갈 길로 나가 버리고 조용해야 
번쩍 머리 들고 망치는 아침 아홉 시에 일어난다

끝없이 박아대야 할 운명 지닌 채


만남의 인연으로 둥지 틀고
아이 등록금을 박고
쌀 알갱이 박고
고등어 한 마리를 박고
소주 한 잔 박고
눈물과 사랑 흐르는

모진 세월

모든 것을 닥치는대로

콱콱 때려 박는다

 

좁은 골목 시끄러웠나 

창 열리며 삐죽이 내미는 하얀 머리

푸석한 얼굴 잠 설치고

이심전심인가

빙긋이

창틀 거머쥔 닳고 닳은 손

아, 저 노인도 아직 박을 것 남아 있을까

생의 찌꺼기 한이라는 것

그것일까?

 

 

출처 : 사오십대 쉼터
글쓴이 : 炚土 김 인선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