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하늘도 검고 땅도 거멓다.
사방을 둘러봐도 어둠만이 정적에 쌓였다.
누군가 옆에 있을지라도 그저 검은 장막일 뿐이다.
어둠에서 오는 공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더듬거리며 찾으려 해도 불빛이 전연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초조해진다.
한순간 왔다가는 밤은 아니다.
한 낮에 찌푸리고 구겼던 얼굴이 부끄럽게 떠오른다.
낯에 익은 행동거지도 헐겁게 체신을 잃고 어둠속에 묻혀간다.
무지의 평온이 들락거린다. 고독을 감춰둬야지.
무엇이 이렇게 어둠을 만들고 나는 그 속에 갇혀있는 걸까.
사람의 대열 속에 서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열 속에 대열이 좌로 휘어지면 좌로
우로 휘어지면 우측으로 그 방향을 따라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서는 안 되는 규칙이 있나보다.
하나밖에 없는 이 대열 속에 무슨 어려운 문제라도 있나보다.
그 어려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성근 아이처럼 보채다가 은근히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다
있는 힘껏 만용을 부려보며 수 없이 갈고 닦은 수양의 끝에서
감추어 두었던 비밀의 문 앞으로 바동거리며
하찮은 진기라도 보여줄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사람들은 대열을 벗어나서 우왕좌왕 떠돌지 않는다.
잠시라도 오열을 벗어나면 영원히 복귀할 수 없는 규칙도 있나보다.
우직하게 한 길로 길게 늘어서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이 안쓰러워 보인다.
도데체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들고 목을 늘어 빼고 좌우를 살펴봐도 끝을 볼 수가 없다.
앞을 봐도 사람의 머리만 보일 뿐.
뒤를 봐도 뒤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모두가 한결같은 그림자가 일렁거릴 뿐.
나락의 깊이만큼이나 깊다.
온 사방은 검다.
유일하게 보이는 것이 있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인간의 대열 뿐
벗어날 수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되는 대열뿐
이 문제는 정말 어려운 산수 문제인가 보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꼽으며 세어봐야지 내가 몇 번째 사람인가를.
어둠은 어둠일 뿐
어둡다고 죽음은 아니다.
깊은 어둠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지치면
인간의 대열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대열에 합류하다보면
다시 어두워지기를 끝없이 반복한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8. 24. by 해무리.
'마음의 쉼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마음의 무게 (0) | 2013.08.25 |
---|---|
[스크랩] 흐름을 보다 (0) | 2013.08.25 |
[스크랩] 차돌에 바람이 들면 백 리를 날아간다 (0) | 2013.08.24 |
[스크랩]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명상음악 모음곡 (0) | 2013.08.18 |
[스크랩] 마음의 선음악 (0) | 2013.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