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쉼터

[스크랩] 그럽디다.

대영플랜트 2013. 9. 21. 20:21

    
    
    그럽디다. / 원태연    
    그럽디다. 사람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있다고 해서 하루 열 끼 먹는 거 아니고, 
    많이 배웠다고해서 남들 쓰는 말과 틀린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거리며 살아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거기서 거깁디다. 
    백원 버는 사람이 천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원이 최고인 줄 알고 살면 그 사람 이 잘 사는 것입디다.
    만원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사는 천원 버는 사람보다
    훨 나은 인생입디다.
    어차피 내 맘대로 안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고 세상과 싸워봤자 자기만 상처 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사는 사람입디다. 
    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렇게 부러운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 처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버둥대는지 내 팔자가 참 안됐습디다. 
    그렇게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싼 미소가 자리잡아 있고, 
    적당히 손해보며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원짜리 몇 장이 더 들어 있습디다.
    그 만원짜리 몇 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버렸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넓은 침대에서 잔다는 것이 좋은 꿈꾸는 것도 아닙디다. 
    좋은 음식 먹고 산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닙디다.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다 남들도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 보니 내 인생이 없어집디다. 
    아무것도 모르며 살 때 TV에서 이렇다고 하면 이런 줄 알고,
    친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 알고 살 때가 좋은 때였습디다.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습디다. 
    언젠가부터 술이 오르면 사람이 싫어집디다. 
    술이 많이 올라야 진심이 찾아오고 
    왜 이따위로 사느냐고 나를 몹시 괴롭힙디다.
    어떻게 살면 잘사는 건지? 
    잘살아가는 사람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알려줍디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려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 난다는 말, 
    그말 정답입디다. 
    누군가 무슨 일 있느냐고 물을 때 난 그날 정말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깨가 굽어 있습디다. 
    죄없는 내 어깨가 내가 지은 죄 대신 받고 있습디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웃어본 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집디다. 
    알수록 복잡해지는 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 버립디다.
    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겠는지, 
    남의 살 깎아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가 깎아먹고 살아왔습디다. 
    그럽디다. 세상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담배가 모자랐는지 
    태어나 살아가는 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줍디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 하던 
    그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먹고 어여 가자 하면 어여가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 마른 밥 빨리 삼키던 그때가 그리워집디다.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버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디다. 
    모두가 남들 따라 버둥거리며 지 살 깎아먹고 살고 있습디다.
    잘사는 사람 가만히 들여다보니 잘난 데 없이도 잘삽디다.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 말 다하고 삽디다. 
    그러고 사는 게 잘사는 것입디다.  
    
    
    ♬ 흐르는 곡 : Flying Over The Canyons / Frederic Dela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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