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책 보러가기
42세의 나이에 우리 아버지 폐인이 되어 한 번도 일어서지 못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우리 어머님은 늘 그 옆
에서 정성을 다했다고 하네요. 과연 우리 아내와 내 딸들이 내가 절망에 빠졌을 때 내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저는 그들을 위해 목숨 바쳐 사랑과 봉사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
합니다만 여성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기 힘들지 않나 추정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 아내의 경우 제가 잘해
줄 때만 내 서방 내 서방 하지 조금만 신경 안 쓰면 팍 삐친다니까요. 여성들은 엄마 빼고 다 이기적인 것 같
아요.
어떤 이웃이 남기고 간 댓글이다. 과연 현대를 사는 모든 아내들은 옛날 엄마들처럼 헌신적이지 못한 것일까,
헌신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좋을 때만 내 서방이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거나 가정에 공헌할 수 없게 되면 남
편을 등한시하고 업수이 여기는 게 진정 아내들의 속성이라는 말인가?
어제 밤, 일곱 쌍의 부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배우자에게 공개하여 갈등이나 압박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 때는 언제인가'란 주제로 나눔을 하였는데 많은 남편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한 내용이 바로 경제적인 부분
이다. 문득 남편들의 삶이 참 고단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내 남편 남의 남편 할 것 없이 안쓰럽고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남편들의 삶이 어떤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부부들
이 모여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그처럼 진지한 나눔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체감이 덜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같지만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내용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고나 할까.
대부분의 남편들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심한 갈등과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직장생활이 힘들어 날마다 갈등
을 겪으면서도 아내에게 터놓고 얘기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뱅뱅 도는 사람, 사업이 기울어 수습이 힘든 상황
이지만 아내에게는 끝까지 공개할 수 없다는 사람, 혹시나 회사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깊
은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인데도 아내의 반응이 무서워 함구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압권은 수입이 없는데
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꼬박꼬박 아내에게 생활비를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다 보니 누
적된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져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도 아내에게 개방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압박감에 시달렸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공연히 참담해졌다. 남자니까 가정 경제를 책임져야 하고 돈을 잘 벌
어야 위신과 체통을 지킬 수 있다는 의식이 이렇게 남편들을 잠 못들게 하고 압박감에 시달리게 하는 게 아
닌가 싶다. 그런데 이러한 남편들의 갈등 저변에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아내나 자녀들이 자신을 무시하거
나 함부로 대하지는 않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회사마다 명예퇴직이 대대적으로 진행될 때의 일이다. 아는 이는 명예퇴직 대상자가 되었는데도 계속 출근을
하자 회사에서 책상과 의자를 치워버렸다. 그런데도 그는 출근하는 것을 그만두지 못하고 6개월을 평소처럼
회사에 나와 퇴근 시간 무렵에 귀가하곤 했다. 아내의 반응이 두려워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
었던 것이다. 참으로 잔혹한 일이다. 앉을 자리를 치워버렸는데도 정시에 출근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그의 현
실이 그를 일찍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겠거니, 하고 생각되어 가슴이 아렸다. 늦은 밤 술에 취해 허정허정 걷
던 그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부부는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이나, 능력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배우자에게 자신을 개방할 수 있어야 한다. 사
람이 살다보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야 없지 않는가. 한 때는 잘 나갔던 남편이지만 어느 순간 내리막길을
걸을 때도 있고 탄탄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꼬박꼬박 월급을 받아와 가족들을 편히 살게 했지만 자신의 의지
와는 상관없이 한순간에 변방으로 밀려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그런 모든 상황이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라도 되는 것처럼 배우자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속앓이를 한다면 그건 일정 부분 아내에게도
책임이 있다. 누울 자리 보고 발 뻗는다고 하지 않는가.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외롭고 고통스러우
면서도 아내의 반응이 두려워 말 한 마디 못하는 것은 그만큼 아내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이러저러한 것 때문에 갈등이 많다, 혹은 어떤 사정으로 몹시 힘들다며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하고 아내는 그러한 남편의 처지를 기꺼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돈 많이 벌 때만 내 서방이면
어떻게 부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아내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벼랑에 서
있는 남편을 위로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줄 수는 있지 않는가.
혹시 내 남편도 지금 죽을만큼 힘든 상황인데도 아내의 반응이 두려워 함구하고 있지는 않는지 오감을 다
동원하여 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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