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

[스크랩] 모래내시장 / 하미경

대영플랜트 2014. 3. 10. 22:09

            모래내시장 하미경
              야채 썩는 냄새가 고소해지면 장터는 복숭아처럼 익는다 중고 가게 앞 내장을 비운 냉장고가 과일의 단내며 생선냄새며 땀내 들을 가리지 않고 거두어들일 무렵 은혜수선집은 벌써 불을 켜고 저녁의 한 모퉁이를 깁는다 박미자머리사랑을 지나면 몽땅 떨이라느니 거저 가져가라느니 농약을 치지 않은 다급한 말들이 등을 타고 내려 고무줄 늘어난 추리닝처럼 낭창낭창 소쿠리 속으로 들어간다 남들 보기 거시기 하다고 자식들이 말려도 팔 것들을 꾸역꾸역 보자기에 챙겨 나온 할머니는 돌아갈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지 빠진 이 사이로 질질질 과즙을 흘리며 복숭아 짓무른 데를 떼어 물고 오물거린다 문 닫는 속옷 가게에는 땡땡이무늬 잠옷이 잠들지 않고 하늘거린다 잠옷을 입고 늘어지게 자고 싶은 허리 대신 빈 바구니마다 어느새 어둠이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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