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너희들에게 나는 죄인이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13시간 가는 세월호, 그 무거운 세월 아래 가라앉은 아이들은 이제 겨우 17살이다.
무엇이 안전한지 선택도 못하고 그저 시키는데로 배를 탔던 그들은 이제 17살이다.
해맑게 웃고 떠들며 친구들과 장난 치다 차가운 열길 물속 선실 안에 둥둥 떠있는 그들은 이제 겨우 17살이다.
몇 날을 기다리며 몇 밤을 설레이던 수학여행이 몇 시간을 수색해도 찾지 못하는 영원히 오지못할 여행이 되었구나...
밀려드는 물살이 얼굴로 차오를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눈앞에 친구가 물을 삼키며 가라앉을 때 얼마나 떨렸었을까,
배가 침몰하는데 객실을 지키라는 방송을 하다니... 갑판으로 올라가란 말 한마디만 했어도... 그 말 한마디만 했어도... 제발, 그 한마디만 했어도...
미안하다 아들, 딸들아!
우리가 조금만 더 너희 여행에 관심을 갖고, 우리가 조금만 더 너희의 안전을 조심했다면, 우리가 조금만 더 현명한 대피를 지시했다면, 그런 사회구조를 만들었다면,
저토록 어이없이 가라앉히고 뒤늦게 구한다고 호들갑 떨지 않았을텐데...
인양기간 두달 동안 깊고 어두운 바다에 버려두는 찢어지는 고통은 없었을텐데...
미안하다 아들 딸들아! 너희의 주검에 무어라 사죄를 할까,
무릎 꿇고 눈물 흘리고 조문한다고 용서가 되겠냐만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피눈물 흘리며 지킬테니,
피지도 못하고 떠나는 너희의 머나먼 길, 혼이라도 행복하게 조심조심 잘 가거라...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오면 못다한 수학여행 두손 꼭잡고 함께가자 사랑한다... 아들, 딸들아...
* 삼가 고인들의 영정에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의 슬픔에 위로를 드립니다.
단원고 2학년 교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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