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이 넘어 중반이 되고 나니 세상이 조금씩 보이는군요.
그동안은 세상 물정이 어두워서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가고 휩쓸리면 중간은 가는 인생인줄 알았지요.
중고등학교까지는 그런데로 공부도 했고 그래서 남들처럼 대학에, 그것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야만 되는 줄 알고 실력도 안되면서 서울소재 대학을 고집했습니다.
실력이 안되니 재수까지 해서 겨우 턱걸이 해서 들어가게 되었지만 빽도 돈도 없는 시골 촌놈이 서울 중하위권 나와본들,
대기업이나 괜찮은 중견기업에는 갈 수 없었지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뒷빽없이 중하위권 대학 나와봐야 제약회사 영업, 자동차영업, 보험영업, 학습지과외 선생, 오파상 영업직 밖에 없다는 건 다들 아는 사항이고..
주제에 대학 나왔으면 넥타이 메고 그럴듯한 사무실에서 일해만 되는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다른 직종보다는 낫겠다 싶어 오파상에 들어가 영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는 일이 기계장비 영업이었는데 그곳에서 20여년간 서민층에 속하면서 그럭저럭 버텼지요.
그곳 첫 직장에서
장가들고 자식 둘 낳고 살아 왔드랬습니다.
뭐 남 밑에서 일하는게 뻔하지 않습니까?
머슴은 머슴일 뿐이라는 사실. 그런 머슴으론 절대로 중산층이 될 수 없으며, 노후도 없다는 사실-,
그리고 더 서글픈 것은 40 중반이 되면 짤릴 수 밖에 없는 현실,
그것도 잘해야 그런 과정 걷게 되고, 세일즈직이다 보니 실적이 없으면 오너의 눈밖에 나게 되고,
그리되면 언제라도 개차반 신세가 된다는 것때문에 40이 넘어서부터는 하루 하루가 불안불안하게 버티고 지냈었지요.
뭐 대기업 들어 갔다고 해도 그 나이가 되면 같은 처지가 되었겠지만, 암튼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미어 옵니다.
눈치빠르고 세상 물정이 일찍 트인 사람들은 일찌감치 독립해서 성공한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만,
나같은 경우는 우유부단한 성격인지라 매너리즘에 빠져서 별 볼 일없이 20년간 중하위층민 집단속에서 살았습니다.
주말이면 낚시나 다니고, 친구들 모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며 놀기나 했었죠. 그러니 하위층민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거죠.
실적이 별 볼일 없는 달에는 사무실에 들어 오기도 싫었죠.
들어 와서도 복도 난간에서 담배나 피고..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말 마음 편하게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10년후에는 내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하고 지낼까?
노후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무엇을 해서 먹고 살며,
아내와는 어떤 관계에 있을까 등등, 뇌리에는 늘 그런 생각으로 30~40대를 현실에 안주하면서 될대로 되겠지 뭐! 하면서 보냈던것 같습니다.
정년 보장이 된 직장이 아닌 일반 기업체에서의 월급쟁이들은 대부분 저같은 불안감을 늘 가슴에 품고 생활했으리라 짐작합니다.
40대 후반, 드디어 불안해 하던 현실의 날- 그곳에서 강퇴당하던 날 짐을 싸서 집에 들여다 놓고 눈만 껌벅거리면서 하루종일 누워 있었지요.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거라는 예상은 늘 했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실감은 안나는데 하늘은 노랗게 보였습니다.
다음날 관악산에 올라가 서울 전경을 내려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군요.
낼 모레면 50이 되는데 이나이 먹도록 집도 없고(한때 작은평수 있었지만), 가진 돈도 별로 없이 지내왔던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무능해 보였습니다.
저 많은 건물과 아파트가 있는데 그중에서 내 이름으로 된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니 비참해지더군요.
친구중에는 아파트에 투자를 잘해서 두채 세채 갖고 있고 어떤 지인은 일치감치 작은 공장으로 시작해서 성공하고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기도 했지요.
공부 못해서 대학도 못가고 일찌감치 상경해서 밑바닥부터 생활하던 시골친구들도 자영업으로 떵떵거리고 사는데,
개들보다 공부 잘했던 나는 뭐란 말인가?
내가 넥타이 메고 같잖은 직장에서 개폼 잡고 다닐때 깔보던 그 친구들도 다들 그럭저럭 잘 먹고 살고 있는데,
나만 이게 뭐란 말인가란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더욱 견디기 힘든건 아내의 잔소리였습니다.
남들은 집이 몇채고, 사촌 언니네는 강남 아파트에 살면서 매년 해외여행도 다니고 애들 학원도 몇개씩 보내고 어쩌고 저쩌고..정말 미칠것 같았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대로 주저 앉게 되면 이혼하자는 말도 나올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놈의 돈 때문에==
하루 하루 아내 눈치보며 집안에서 보내자니 피가 마르는 것 같고 그렇다고 어떻게 할 뾰족한 방법도 없고,
와중에 하는 말이 아파트 경비원이라도 해서 돈 벌어 오라는 소리까지 나오더군요. 이 말 들었을 때 무너져 내리는 자존심..이대로 확 한강물에 뛰어 들까?
아니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살까? 라는 생각도 얼핏=. 대체 인생이 뭐란 말인가? 자본주의가 다 이렇단 말인가?
앞으로 살날도 창창한데 이대로 주저 앉아야 하나? 아직 애들에게 들어갈 돈도 만만치 않은데..
나도 남들처럼 한번 돈 걱정없이 남보란 듯이 한번 살아봐야 할것 아닌가?
은퇴해서 해외 여행도 다니고, 등산도 다니고..주저리 주저리..별의 별 몽상까지..로또 1등 당첨, 주식공부해서 대박?
참말로 지금 생각해보면 꼴같잖은 망상으로 내자신을 위로 했던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인생 후반전이 시작되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수많은 고민 고민.. 아내 눈치보며 인터넷이나 뒤지고,
산에 올라 가봐야 그때뿐..다니는 차들 보면서 저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먹고 살지?
라는 잡생각들...이렇게 아내 눈치보면서 거의 반년을 허비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피폐해 지더군요.
내가 그동안 세상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안이하게 봤던게 실수였다는 점을 반성하고, 아내에게 딱 6개월만 시간 달라고 약속하고 독종이 되기로 했드랬습니다.
결론은 장사를 하는 길외는 인생 후반전에서 상위 중산층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얼치기 자영업 해봐야 3년 못버티고 망한다는 말이 떠도는 판에, 가게 낼 돈은 어쩔거며 어떻게 성공할까? 등등..
수많은 고민 고민, 몸은 삐쩍 마르기 시작하고..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순 없는 노릇이고,
어째꺼나 움직이이 시작 했죠. 장사 잘되는 곳에 찾아가 사장 만나서 무조건 일좀 배우게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무보수 조건으로..미친 듯이 일했어요. 짐 나르고, 하루종일 라벨링하고, 물건 정리하고..그렇게 한달 하니까 몸이 말을 안듣더군요.
파스 붙이고, 끙끙 앓으면서 석달정도 지나니 적응되더라구요.
그런 생활을 6달 정도 하니까, 사장이 틈틈이 하나씩 노하우를 알려주더군요.
물건 매입처, 매입요령, 계절에 따른 전략등.. 말은 무보수였지만 식비와 교통비 정도는 주었는데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기초를 닦은 후에 가게를 내기로 하고, 아파트 전세에서 빌라전세로 옮기고 누님으로부터 융통하고 쥐꼬리 퇴직금해서 나름대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몇개월은 고전했습니다. 가게세는 커녕 공과금도 못낼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래서 가격을 낮춰 모든걸 던지는 심정으로 많이 팔고 보자는 전략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서서히 매출이 오르기 시작하고 1년이 넘어가니 완전히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죠.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가계도 옆집하고 터서 직원도 5명으로 늘어나면서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격세지감이죠. 정말로 거짓말 안보태고 7년간 하루도 쉰적 없습니다. 추석/설날도 우린 가게 엽니다.
그렇게도 입만 열면 돈돈 거리던 마누라년(아내에서-마누라년)에게 매월 50만원씩 용돈 명목으로 자동이체 시키고,
생활비는 내 카드로 결제케 하고 공과금도 내 통장에서 자동이체 해놓았죠.
노래 부르던 아파트도 강남은 아니지만 신도시에 큰평수로 매입해서 이사하고,
곧 다가올 노후와 자식들 결혼을 위해서 충분할 정도로 자금을 비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누라에겐 통장 관리 보관만 하게 하였죠.
월급쟁이 일때는 적더라도 월급날 되면 수고했다면서 반찬도 신경써서 해주더니,
지금은 돈 걱정 않게 해줬는데도, 홍홍거리면서 고맙다는 말은 안합니다.
그러니 마누라년이라고 할수 밖에..
여자는 나이 들면 갱년기와 맞물려서 돈과 자식이 먼저고 남편은 뒷전인가 봅니다.
"인생, 어째거나 별것도 아니면서 허무하다는 느낌" 입니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2류 인생과 하위 서민층에서 상위 중산층으로 경제적으로 편입됬다는 자만감과, 단지 돈 걱정 하나만 안 할뿐 변한 건 없습니다.
되레 나빠지는것 같네요. 대인관계는 모두 소멸되고(참석 안하니 연락도 끊김),
먹고 자는것 외에 일만 하다보니 허리와 팔다리에 무리도 오고 그에 따라 전체적인 건강도 나빠지고,
월급쟁이 때와는 달리 가족과 함께할 시간도 없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짓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일 중요한게 건강이고 그 다음이 가족간의 관계인데 이것을 놓쳐 가는것 같아 고민이 많습니다.
그동안 마누라와는 경제적인 문제로 무던히도 싸웠는데,
싸움은 줄었지만 앙금이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예전처럼 오붓한 감정도 없지요.
애들도 이젠 다 커서 그런지 대화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늦게 들어가는 집- 들어가도 사는 재미도 없습니다.
인생은 경제적인 문제와 대인관계등 모든게 치우침 없이 적당히 조화를 이룰때만이 성공한 인생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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