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세상사 이야기)

오십견

대영플랜트 2015. 4. 20. 20:32

오십견/ 김재진

나는 오십견이

쉰 살 된 개인 줄 알았다.

오십에도 사랑을 하고

오십에도 눈물이 있는지

비릿한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오십에 기르게 된 어깨 위의 개들을

풀어놓아 먹이려고 침을 맞는다.

어깨에 꽂힌 이 바늘은

우주와 교신하는 안테나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피뢰침 세워놓고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이 짐승은

못돼먹은 성깔에 내린 벼락일지 모른다.

벼락 치듯 가버린 친구 한, 둘 늘어나는

쉰 살 된 몸 안에 개들이 살고

부글거리는 속 지그시 눌러 앉히며

양념 센 국그릇에 소 떼가 산다.

오십에도 그리워할 것이 있고

오십의 하늘에도 별이 돋는지

들끓는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 시집『누구나 혼자이지않은 사람은 없다』(시와,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