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김재진
나는 오십견이
쉰 살 된 개인 줄 알았다.
오십에도 사랑을 하고
오십에도 눈물이 있는지
비릿한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오십에 기르게 된 어깨 위의 개들을
풀어놓아 먹이려고 침을 맞는다.
어깨에 꽂힌 이 바늘은
우주와 교신하는 안테나다.
고슴도치처럼 온몸에 피뢰침 세워놓고
웅크린 채 앉아 있는 이 짐승은
못돼먹은 성깔에 내린 벼락일지 모른다.
벼락 치듯 가버린 친구 한, 둘 늘어나는
쉰 살 된 몸 안에 개들이 살고
부글거리는 속 지그시 눌러 앉히며
양념 센 국그릇에 소 떼가 산다.
오십에도 그리워할 것이 있고
오십의 하늘에도 별이 돋는지
들끓는 나이에는 알지 못했다.
- 시집『누구나 혼자이지않은 사람은 없다』(시와,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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