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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로 부동산 경매시장도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낙찰된 매물로 돈을 빌리는 ‘경낙대출’ 한도가 줄어 잔금을 못 내는 당첨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1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1인 1건으로 제한돼 앞으로 자금이 부족해 매물을 포기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 경매시장에서 매물을 싸게 사들여 가격을 키워 되파는 전문 경매꾼들의 입지도 한층 좁아질 전망이다.
■1월 재경매 비율 6%대 진입 ‘적신호’
지난 5월간 경매업체 지지옥션에서 거래된 매물 중 재경매로 나오는 비율은 6%를 넘어섰다. 재경매란 낙찰자가 잔금납부 능력이 부족해 포기하거나 다시 내놓는 것을 말한다. 재경매로 매물을 내놓을 경우 보증금(입찰가의 10%)을 날리게 된다.
월별 재경매 비율은 지난해 6월 5.32%에서 이달 중순 6.16%로 크게 늘었다. 최근 재경매가 급증하고 있어 이달 말까지 재경매 건수를 집계할 경우 재경매 비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부동산은 일반 부동산 대출과 똑같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된다.
실제로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152평 대지지분을 가진 건물은 지난해 11월14일 8억5000만원으로 감정가(약9억6000만원)의 87%에 낙찰됐지만 오는 22일 재경매 매물로 다시 나오게 됐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영아아파트 31평형은 5억3700만원(감정가의 128%)에 낙찰됐지만 역시 25일 재경매를 시작한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1·11 대책 결과로 15일부터 대출 조건이 악화돼 앞으로 잔금납부를 못해 포기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잔금납부가 안 돼 포기하더라도 감정가의 10%에 해당하는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입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 경매인도 돈줄 끊긴다
과거 경매 시장을 주름잡던 ‘경매꾼’들의 입지도 좁아지게 됐다. 경매 전문가들은 통상 5∼10명 이상이 모여 팀을 짜거나 페이퍼 컴퍼니, 컨설팅업체를 따로 운영하기도 한다.
경매 전문가들은 해당 입찰자 명의로 돌아가면서 담보대출을 받거나 특정금융기관을 자금줄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1·11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1인당 1건으로 제한되면서 끌어들일 수 있는 자금 상한선도 줄어들게 됐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전문 경매인들은 대부분 자기 돈을 투자하지 않고 금융기관과 연계해 돈을 끌어들인 후 낙찰 물건을 단타 매매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 왔다”면서 “앞으로 고정적으로 돈을 대는 개인투자자나 금융기관의 돈줄이 차단돼 이들도 투자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담보대출과 관련한 추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가수요는 줄었지만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 기회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TLBS 박미옥 팀장은 “지난해 초부터 대출 조건이 악화되면서 매물 한 건당 20∼30명씩 붙던 전문 경매인들이 10명 정도로 대폭 줄었다”면서 “그러나 경매시장에서 내집 마련을 꿈꾸는 일반인들의 시장참여 기회도 줄어들어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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