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부부 관계는 말다툼 한 번 없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2003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부부싸움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76.3%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20대가 83.3%로 가장 높았고, 30대(82.9%) 40대(79.3%) 50대 이상(65.7%)의 순으로 나타났다. 젊고 사랑이 뜨거우면 다툴 일도 그만큼 많은 셈이다. 불가피한 것이 부부싸움이라면 싸우더라도 잘 싸워야 한다. 부부싸움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침묵 성신여대 채규만 교수(심리학)는 “건강한 부부는 ‘잘’ 싸운다”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싸우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의 형태가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면 서로 차이점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A 씨.이들 부부도 가끔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한다. 하지만 4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킨다.
첫째, ‘적절한’ 싸움 장소를 찾는다. B 씨가 자주 사용하는 싸움 장소는 아내의 피아노 교습 목적으로 집안에 꾸민 피아노 방이다.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퍼붓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다짐 때문이다. 이곳이 여의치 않다면 자동차 안, 동네 놀이터, 뒷산 약수터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다.
둘째,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뱉어낸다. 이런 부분까지 말하면 치사해 보일까 봐 하지 못한 사소한 것까지 입에 올린다. 마음에 남아 있는 앙금이 나중에 또 다른 부부싸움의 불씨가 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싸움의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호흡 조절의 시간을 갖는다. 싸움은 당일로 끝내는 것이 절대 규칙이다. 실컷 싸운 뒤 2, 3시간은 따로 있으면서 싸움의 원인과 과정을 차분하게 돌이켜 본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네 번째는 ‘침대 공유’의 원칙이다. 싸운 날은 반드시 한 침대에서 잔다. 상대방이 꼴도 보기 싫다며 등을 떼밀어도 같은 침대에서 잤다. 설령 부부싸움에서 오해가 모두 풀리지 않아도 신체 접촉의 기회가 늘어나 화해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싸움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라
부부싸움에 관한 의외의 조사 결과도 있다.2003년 가족경영연구소가 기혼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4.9%가 ‘부부싸움 뒤 관계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나빠졌다’(15.6%)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결혼 초기에는 A 씨도 부부싸움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부부싸움을 심각한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는 정도의 집안 행사로 여긴다. 부부싸움은 서로 바쁘게 생활하면서 생긴 오해를 풀고 좀 더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이나 이벤트다.”
부부싸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싸움을 무조건 피하기만 한다면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병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부부싸움에도 반드시 룰이 필요하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복합적이지만 경제적인 문제, 가정 내 역할과 책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쟁’, 성적인 갈등, 질투와 독점욕으로 배우자를 통제하는 병적인 경우 등으로 크게 나뉜다.
부부싸움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있다.대표적인 것이 평가형이다. “형편없어” “왜 그 모양이야” 등과 같은 말은 피해야 하는 금기 표현이다.
멸시형도 경계 대상이다. “그것도 못하면서” “월급은 쥐꼬리면서…”처럼 상대방을 모욕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특히 배우자 가족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부부싸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너 때문에…”와 같은 책임전가형이나 상대방의 주장에 아무 반응이 없는 ‘벽쌓기’ 형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네 가지 유형의 부정적인 의사소통은 90%가 이혼으로 끝난다는 통계도 있다. 각자 부부관을 되짚어보고 대화기법도 익혀야 한다. 부부는 한 팀이다.”(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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