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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애인 있는주부가 늘고 있다

대영플랜트 2011. 8. 14. 13:10

그와는 일을 하다가 만났습니다. 처음엔 일 이야기만 하다가 친해지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는 남편과 참 많이 달랐습니다. 이 나이에 다시 사랑하게 되리라고 생각도 못했지요.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그는 내 생활에 활력을 줍니다. 그와 나는 서로를 칭찬해 주고 격려해 줍니다. 여자로서의 내 매력을 찾아 주었고 인정해 주지요. 그를 만나고 나는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스스로도 좋아졌다고 생각하구요. 정말 사랑이라는 게 에너지의 원천인 것 같습니다.”(39·직장 여성)

최근 여성들의 외도에 대한 상담이 많아졌다. 여성들끼리 모인 모임에 가면 더 쉽게 그들의 애인에 대해 들을 수 있다. ‘직장 여성은 물론이고 주부들도 애인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스스럼없이 나올 정도로 ‘애인 따로, 남편 따로’ 두고, ‘사랑 따로, 생활 따로’ 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외도가 남성들의 전유물이던 때는 이미 지난 듯하다.

어른들을 위한 웹사이트 예스비엘닷컴이 30~50대 성인 남녀 1천1백44명(남성 1천32명, 여성 1백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주목을 끈다. 이 조사에서 결혼한 사람 중 61%가 배우자 외에 섹스 파트너가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응답자 중에는 남성이 많았고 남성들은 여성보다 성경험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좀더 높았을 수도 있지만, 이미 2001년 3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우리나라 여성의 41%가 혼외정사의 경험이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예전에는 여성들이 외도를 하면 가정이 깨지거나, 스스로 가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랑’은 사랑대로 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지난해 독일 여성들의 외도 고백서가 ‘나에겐 두 남자가 필요하다’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되었을 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미 우리나라도 두 남자와 ‘같이 사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남편 따로, 애인 따로’를 유지하는 경우 결혼생활은 유지하면서 남편 모르게 애인과 사랑도 하고 섹스도 나눈다. 대부분 이들은 이혼할 생각이 없다. 현재의 배우자가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그에 대한 자신의 애정만 사라졌을 뿐이니 사랑이란 부분만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일 수도 있다. 또 이혼이 가져올 사회적·가정적 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스스로 경제적·사회적으로도 자립하기 어렵다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회가 도와주기보다는 개인이 모두 책임져야 하는 아이들의 양육 문제도 그녀들이 쉽게 이혼하지 못하는 큰 이유다. 또 남편과 이혼하고 새로운 연인과 결혼하게 된다고 해도 결국 마찬가지 결과가 될 것임을 알기에 이들은 사랑과 생활을 따로 유지하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는 낭만적인 사랑이 필요하지만 그 사랑이란 것이 생활과 연결되면 그 빛을 잃는다는 것을 이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삶은 그대로이지만 ‘사랑’이라는 보너스가 있어 그녀들은 삶의 활기를 찾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이들 가운데는 남편과 전혀 섹스를 나누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전과 변함없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남편들은 아내에게 연인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짐작도 못한다. 얼마 전 상담했던 한 50대 여자는 남편과 10년이 넘게 따로 살아 왔고 사랑도 따로 해 왔다고 털어 놓았다. 남편도 자신도 따로 애인을 두고 살아 왔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 알고 있었지만 이미 애정이 사라진지라 아이들이 클 때까지라는 시한을 두고 한집에서 각 방을 쓰며 살아왔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부모들이 따로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데, 막내가 유학을 가게 되자 이 부부는 이혼했다. 이미 같이 살되 부부로서의 동반자적인 사랑이나 애정이 사라진 빈 껍데기 결혼생활이 만연해 있다.

결혼 제도는 여성들에게 더 불리하며, 여성들의 희생을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남편들은 특별한 각성없이 결혼생활을 유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아내는 늘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들은 밖에서의 생활에 열중했다. 사회도 그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남편들이 회식 문화, 다양해진 밤 문화를 즐기는 동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컸고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갔으며, 아내는 소외된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아내들의 외도는 상당 부분 중년을 맞으면서 느끼게 되는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어느날 문득 머리를 얻어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집안의 소파처럼 이렇게 무기력하게 늙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 인생은 한번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지금처럼 살아가기 싫었고, 그러다 지금의 애인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에게 나는 여자였고 생동감있는 존재였지요. 남편이 나를 그렇게 외롭게 두지만 않았어도 외도하지 않았을 거예요.”(37·주부)

상담실에 찾아온 37세의 주부는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는다. 친절하지도, 아내를 사람대접하지도 않는, 섹스가 만족스럽지도 않은 남편에 대한 절망과 분노가 그녀에게 애인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하는 외도가 육체적인 감각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여성들의 외도는 ‘사랑하는 관계’를 갖기 위해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다. 남성들도 40대가 넘으면 ‘열정적인 애인’보다는 ‘좋은 친구’를 갖기 위해 외도를 한다. 그래서 늦바람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들도 사랑과 섹스를 구분하지 않는 사람이 많고, 여성들도 사랑보다 감각을 추구하는 섹스를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 결혼한 여성들의 외도는 남편과의 정신적인 사랑이 끝났을 때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뒤늦게 남편 외에 다른 남자의 사랑을 원하는 이유는 대개 인생이 쓸쓸하고 외로워서다. 중년이란 시기가 어머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 속 정체감이 아니라 여자로서 정체감을 찾고자 하는 시기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마치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프란체스카가 자신의 여자로서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고 확인해 준 킨케이드를 사랑한 것처럼 그런 계기가 생기면 사랑에 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전보다 많아지고 이에 따라 경제력을 갖추게 된 것과 사회에서 남편 말고도 다른 매력적인 이성을 자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여성들의 외도를 부추기는 요인일 것이다.
사회가 성적인 부분을 쾌락 위주로 부추기고, 사랑 만능주의로 이끌어가는 데도 이유가 없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발달심리상 30대 중반~40대에 이르는 나이는 ‘이미’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 않은 나이라는 것도 ‘더 늦기 전에 멋진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성학(Sexology)적으로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성감이 더 예민하며 30대 후반의 여성은 성적 절정기라 할 만큼 자신의 욕망을 적극적이고 대담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섹스를 해본 사람이라면 섹스가 몸의 감각에만 쾌감을 줄 뿐 아니라 자존감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마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대개의 경우 기혼 여성의 외도는 섹스로 이어지고 플라토닉한 사랑에서 끝날 수 없다.
어쩌면 최근 한국 사회에서의 외도는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진데 따른 필연적인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더 성숙하게 유지하려면 정말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피나는 노력을 하고도 실패할 때가 더 많다는 것, 여전히 사람들은 자신이 겪게 될 사랑에 대해 낭만적인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는 것, 사랑은 익숙해지면 색이 바래고 지루해지기 쉽다는 이유가 외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이유다.
얼마 전 서울 근교의 한 리조트에서 한 무리의 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들을 본 적이 있다.

호프집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그녀들과 좀더 젊은 남자의 무리들은 노래방에 들어가 끌어안고 춤을 추기도 하면서 즐기더니 ‘즐겁게 잘 놀았다’며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렇게 무사히만 헤어질 수 있다면, 따로 놀아도 되는 걸까. 그런데 프란체스카는 킨케이드와 그 후론 전혀 만나지 않았을까. 가끔은 은밀하게 ‘가슴 설레는 외출’을 하지 않았을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행복한 성문화센터 열린마음 열린 性>

출처 : 사오십대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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