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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경 하나 두고 돈과 여자 밝히는 멕시코, 벨리즈 직원

대영플랜트 2012. 11. 25. 11:41

 

 

 국경 하나 두고 돈과 여자 밝히는 멕시코,

벨리즈 직원

 

[자전거 세계일주101] 멕시코 국경 통과해 벨리즈 입국

  
▲ 멕시코-벨리즈 국경지역 두 나라를 이어주는 동시에 경계지역으로 삼는 국경 다리.
ⓒ 문종성
멕시코

 

"200페소(2008년 3월 당시 한화 2만6000원)!"
"네?"
"벨리즈 넘어가려면 당연히 국경 통행료 내야지. 몰랐어?"
 
4개월 반 동안 멕시코 북서부에서 이곳 남동쪽까지 죽어라 달려왔다. 그리고 기분 좋게 마지막을 마무리하려는데 난데없이 통행료를 내라는 멕시코 국경 검문소 직원의 말. 여권은 이미 그에게 넘겨져 있었고, 난 외로운 섬 하나인 양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통행료를 내지 않을 경우 혹시 모를 불상사가 염려됐다. 가뜩이나 험상궂게 주름진 그의 거들먹거리는 태도 때문에 지레 겁을 먹게 되었다.

 

난감했다. 어디에서도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멕시코 입국할 때 6개월 체류 허가를 받으면서 국경에서 그보다 적은 금액의 돈을 낸 적이 있긴 했다. 혼란스러웠다. 들어올 땐 몰라도 나갈 때도 내야 한다는 말. 직원은 내 여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니 어서 돈을 달라며 오른손 엄지를 중지와 검지에 비비고 있었다. 내 뒤에 아무도 없어서 그리 급할 것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장기여행자 개코에 뭔가 비리의 냄새가 났다.

 

  
▲ 멕시코-벨리즈 국경지역 기나긴 멕시코 자전거 여행을 끝마치고.
ⓒ 문종성
멕시코

3월의 멕시코 남부는 숨이 턱턱 막힌다. 이제 곧 보게 될 벨리즈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던 가슴마저 답답해져 왔다. 그래도 수교국인데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진 않을까 한국 여행자가 멕시코 국경을 벗어날 때 따로 지불하는 요금이 분명히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볼 것도 없이 당연하다며 일처리를 재촉했다.

 

"한국 여행자 어디 한 둘 보나? 다 이쪽으로 해서 벨리즈 넘어간다네."

 

별 수 없이 통행료를 지불하려고 지갑을 꺼내 들었다. 200페소면 근 5일치 생활비인지라 파르르 손이 떨려왔다. 그 때 버스에서 내리는 단 한 커플의 배낭 여행자를 발견했다. 강한 햇살을 받아 찌푸린 인상으로 오랜 여행에 심신이 피로해 보이는 서양인이었다. 왠지 모를 구원의 느낌! 반가운 마음과 혹시나 하는 기대로 창구에 양해를 구하고 그들에게로 가려고 했다. 통행료 문제를 잠깐 물어보려고 해서다. 그런데 1평이나 될까 좁디좁은 창구에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는 거야? 빨리 처리해야 돼!"
"잠깐만요. (그들에게 다가가서) 이봐요. 혹시 여기 국경 넘어갈 때 통행세 내야 하는 건가요?"
"어허, 얼른 오라니깐!"


검문소 직원의 표정과 말투는 상기되어 있었다.

 

"글쎄 우리도 잘 모르겠는걸요."


그들의 대답은 콜라 빠진 통닭처럼 시원찮았다.


"빨리 오라고!"


보채는 직원의 말투는 확실히 격앙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여권에 도장을 꾹 박아주며 얼른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라, 그럼 통행료는?

 

"통행료는요? 안 내도 되나요?"


그는 대답 대신 고개도 들지 않고 연신 오른손으로 파리 내쫓듯 훠이훠이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내 뒤 서양 여행자를 의식하는 게 확실했다. 중남미 사람들이 정보력이 뛰어나고 말이 통하는 서양 여행자들에겐 '굽신굽신' 거리면서도 상대적 입장에 놓인 동양여행자는 얕보기 때문에 차별한다는 소리가 피부로 확 와 닿았다.

 

  
▲ 벨리즈 노점 음식점 보통 직접 음식을 해주는데 이곳에서는 도시락을 만들어 와 팔고 있었다.
ⓒ 문종성
벨리즈

 

하마터면 피 같은 생 돈 날릴 뻔했다. 당하지 않아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그래도 괘씸해야 하는 건지 감정조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사 귀찮다는 핑계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중미의 소국 벨리즈에 입국했다. 간만에 영어권 나라에 와서인지 맘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오, 코리언? 한국 여자들 무지하게 예뻐!"
"와, 그런데 당신 한국말 무지 잘하는 군요."
"물론이지. 여기 한국 여행자들 많이 오거든. 여자들이 웃으면서 가르쳐 줬어. 이 봐, 그리고 한국 여자들은 마치 인형 같아! 어떻게 하나같이 다들 예쁠 수가 있지? 게다가 옷차림이 정말 섹시해."


"설마 그럴리가요(김태희, 한예슬 같은 애들만 놀러 왔나?)."
"노노~. 난 한국 여자에게 그만 홀딱 반해버렸지 뭐야. 괜찮은 애 있음 소개시켜 줘."

 

배시시 웃는 그의 과한 호감을 점잖게 눌러 꺾으며 여권을 내밀었다.


"입국세는 100달러야."
"벨리즈 달러요?"
"아니 미화!"
"우와! 왜 이렇게 비싸요? 진짠가요? 너무 비싼데요?"
"입국하기 싫음 말고!"
"아…아니 그게 아니라…."

 

  
▲ 도시락 든든한 한 끼를 위한 선택.
ⓒ 문종성
벨리즈

 

그렇게 내 여권을 가져간 직원은 함흥차사가 되어 버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비싼 입국료를 받는 나라 벨리즈.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한참 후, 졸음에 겨워 천만근의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내게 벨리즈 국경 직원이 다가와 여권을 내밀었다. 무려 100달러짜리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 말이다. 여권을 받아들고 나가려는데 직원은 나에게 인사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한국 여자 최고. 나 한국에 놀러갈 거야!"

 

나는 누가 볼까 여권을 가방에 고이 넣은 채 30년은 정비를 안 했을 것 같은 극악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에 대한 환상에 젖은 그 남자의 설레발에 도리질하면서…….

 

  
▲ 위대한 자생력의 중국인 벨리즈 마을 곳곳에 호텔과 레스토랑 대부분 중국인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저녁 노을을 받은 중국 음식점. 동네에서 가장 큰 건물이다.
ⓒ 문종성
벨리즈



출처: 오마이뉴스


 

출처 : 꽃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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