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하나 두고 돈과 여자 밝히는 멕시코, 벨리즈 직원
[자전거 세계일주101] 멕시코 국경 통과해 벨리즈 입국
"200페소(2008년 3월 당시 한화 2만6000원)!"
난감했다. 어디에서도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정보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멕시코 입국할 때 6개월 체류 허가를 받으면서 국경에서 그보다 적은 금액의 돈을 낸 적이 있긴 했다. 혼란스러웠다. 들어올 땐 몰라도 나갈 때도 내야 한다는 말. 직원은 내 여권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빨리 일을 처리해야 하니 어서 돈을 달라며 오른손 엄지를 중지와 검지에 비비고 있었다. 내 뒤에 아무도 없어서 그리 급할 것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장기여행자 개코에 뭔가 비리의 냄새가 났다.
3월의 멕시코 남부는 숨이 턱턱 막힌다. 이제 곧 보게 될 벨리즈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있던 가슴마저 답답해져 왔다. 그래도 수교국인데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진 않을까 한국 여행자가 멕시코 국경을 벗어날 때 따로 지불하는 요금이 분명히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볼 것도 없이 당연하다며 일처리를 재촉했다.
"한국 여행자 어디 한 둘 보나? 다 이쪽으로 해서 벨리즈 넘어간다네."
별 수 없이 통행료를 지불하려고 지갑을 꺼내 들었다. 200페소면 근 5일치 생활비인지라 파르르 손이 떨려왔다. 그 때 버스에서 내리는 단 한 커플의 배낭 여행자를 발견했다. 강한 햇살을 받아 찌푸린 인상으로 오랜 여행에 심신이 피로해 보이는 서양인이었다. 왠지 모를 구원의 느낌! 반가운 마음과 혹시나 하는 기대로 창구에 양해를 구하고 그들에게로 가려고 했다. 통행료 문제를 잠깐 물어보려고 해서다. 그런데 1평이나 될까 좁디좁은 창구에서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가는 거야? 빨리 처리해야 돼!"
"글쎄 우리도 잘 모르겠는걸요."
"통행료는요? 안 내도 되나요?"
하마터면 피 같은 생 돈 날릴 뻔했다. 당하지 않아서 좋아해야 하는 건지 그래도 괘씸해야 하는 건지 감정조절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사 귀찮다는 핑계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중미의 소국 벨리즈에 입국했다. 간만에 영어권 나라에 와서인지 맘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내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오, 코리언? 한국 여자들 무지하게 예뻐!"
배시시 웃는 그의 과한 호감을 점잖게 눌러 꺾으며 여권을 내밀었다.
그렇게 내 여권을 가져간 직원은 함흥차사가 되어 버렸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비싼 입국료를 받는 나라 벨리즈.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한참 후, 졸음에 겨워 천만근의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내게 벨리즈 국경 직원이 다가와 여권을 내밀었다. 무려 100달러짜리 비자 스탬프가 찍힌 여권 말이다. 여권을 받아들고 나가려는데 직원은 나에게 인사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한국 여자 최고. 나 한국에 놀러갈 거야!"
나는 누가 볼까 여권을 가방에 고이 넣은 채 30년은 정비를 안 했을 것 같은 극악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한국 여자에 대한 환상에 젖은 그 남자의 설레발에 도리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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