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도 인정하는 유치권은?
경매 입찰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특수권리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유치권이다. 유치권은 채권 만기일이 도래했음에도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실력으로 점유할 때 성립되는 권리로 경매낙찰로도 소멸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유치권을 주장하는 권리자들이 많지 않았지만 2010년대 들어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낙찰가율이 하락함에 따라 채권 회수 가능성과 회수 금액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유치권을 이용해 채권을 회수하려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유치권 성립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유치권신청서부터 제출하고 보는 채권자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시장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가짜 유치권’이다. 요즘 경매시장에서는 ‘유치권 중 80% 이상이 가짜’라는 풍문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유치권의 성립 요건은 앞서 말했듯 만기일이 도래한 채권이 있어야 하고 채권회수 목적이 되는 부동산을 실제로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 중에서도 실제 점유 여부는 유치권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유치권에 관한 판례를 읽어보면 종종 이 부분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케이스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판례 역시 유사한 내용이다.
# A주식회사는 B사의 신축건물 공사를 184억5778만원에 도급받아 2004년 6월 말 완공했다. B사는 공사대금 77억1117만원을 지급했을 뿐 잔금 107억 여원을 지불하지 않았고 A사는 이를 받아내기 위해 2004년 8월 경 건물 점유 후 유치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유치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A사는 2008년 6월 경 해당 건물 1, 2층 소재 상가 31채에 관해 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치고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유치권 신고도 함께 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경매 과정에서 B사가 상가 31채 중 상가 1채를 낙찰받아 2009년 7월 경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친 뒤 C씨에게 임대했고 C씨는 실제 이 상가를 점유했다. ‘실제 점유’ 요건이 깨지면서 유치권이 소멸된 것이다.
A사는 유치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1심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치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1심 법원은 위의 사실관계에 따라 ‘실제 점유’가 깨졌지만 이를 ‘점유회수의 소’를 통해 되돌릴 수 있기 때문에 점유를 상실했다 볼 수 없고, 원고가 공사대금을 전부 변제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상고심을 심리한 상급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원고의 은행계좌로 입금된 금원에 대해 공사대급의 성격으로 지급된 것인지에 대한 심리도 하지 않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사대금의 전부 변제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B사의 점유 침탈에도 불구하고 A사의 유치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일단 점유침탈로 유치권이 소멸된 이상, 실제 점유회수의 소를 거치지 않아 유치권이 되살아나지 않았는데도 점유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정만으로 유치권이 존재한다고 판단한 것은 유치권 소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판결이라는 것.
쉽게 말해 실제 점유 회복의 소를 거쳐야 유치권이 되살아나는데 1심 법원이 과정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나머지 실제 점유회복을 가정하고 이에 대한 심리를 빠트렸기 때문에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는 것. 이는 결국 법리적인 판단과 무관하게 ‘점유’라는 조건을 실제로 충족할 때만 유치권이 성립된다는 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이상의 판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유치권에서 ‘점유’라는 항목이 실제로는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실상 경매를 접하다보면 점유라는 단어는 매우 흔하다. 당장 떠오르는 임차인의 대항력을 구성하는 요건에도 점유가 들어가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입찰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분쟁을 종식시키는 최후의 방책, 재판을 선택하게 되면 이 ‘점유’라는 항목이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되는 지를 알 수 있다. 판결이 뒤집히고 수십억원의 돈이 행선지를 달리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치권이 걸린 물건은 반드시 임장을 나가보고 실제 점유 요건이 충족되지 않은 물건에 대해서는 유치권부존재의 입증자료를 수집한 뒤 당당히 입찰에 나서보자. 약간의 정보수집과 발품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태인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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