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세상사 이야기)

잔소리

대영플랜트 2015. 2. 13. 20:41


 

 

 

아침 출근 시간에 안방 화장실에서 나오며 스위치를 내려 화장실 불을 껐습니다.

그런데 곧이어 아내의 잔소리가 들립니다.

“아침에 화장실 불 좀 끄지 마....계속 들락거려야 하는데 왜 자꾸 꺼! 귀찮게”

그리고 아내가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화장실 안에서 또 잔소리가

들립니다.

“바닥에 샴푸 거품 있으면 좀 치우라니까, 그리고 변기 커버 내리고 씻으라고 했잖아

물기 닦아야 되잖아”

아내의 말투가 신경질적이거나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아침부터 잔소리로 들리기엔

충분했습니다. 결혼 20년 차....늘 아침이고 저녁이고 시도 때도 없이 듣는 잔소리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 잔소리할게 없어서 안 하는 줄 아나?’

 

아내와 같이 출근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여지없이 아내의 잔소리가 들립니다.

“엘리베이터 잡았어? 안 잡고 뭐해 나 부츠 신을 동안 엘리베이터 잡아 빨리”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 다가가는 동안에도 아내가 입을 쉬지 않습니다.

“아 춥다. 자기야 차 문 빨리 열어...아 추워...추워 추워 추워...아아앙~~~”

애교랍시고 부리는 거 같은데 받아들이는 내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건 애교가

아니라........애라이~~입니다.

지하주차장을 나와 도로도 접어드는데 아내가 차에서 냄새가 난다며 방향제 교체는

언제 했냐며 혹시 쓰레기통에 뭐 오래된 거 있는 거 아니냐며 쓰레기통을 뒤집니다.

잠시 신호 대기 중에 참다 참다 아내를 보며 한마디 시작했습니다.

 

 

 

“여보....누군 잔소리할게 없어서 안 하는 줄 알아? 한번 시작해볼까?

 말 나온 김에 한번 시작하자

멀리 가지 말고 오늘 아침부터 시작해보자.”

아내가 쓰레기통을 뒤지다 말고 멈칫합니다.

그리고 뭔가 말하려고 하는 찰라

“그 입 다물라...지금부터 내가 하는 잔소리 잘 들어.

내가 샴푸 다 쓰면 물 받아서

몇 번 더 쓰라고 했어 안 했어?

왜 새것 꺼내놨어? 새것 꺼냈으면 빈 건 버리든가

하지 왜 그대로 놔둬? 내가 치우라고? 그리고 세면대 위에 당신 머리카락 그렇게

뭉쳐놓으면 뭐 어쩌라고 나보러 치우라고? 그리고 아침 마다 꼭 수건 두 개 써야겠어?

썼으면 빨래통에 갖다 놓던가! 방바닥에 젖은 수건 돌아다니고 그것도 아침마다

두 개씩이나 아침마다 그 수건 누가 빨래통에 갖다 놓는지도 모르지?

그리고 옷 갈아입었으면 제발 좀 옷걸이에 걸어놓던가

빨 거면 빨 거라고 말을 하던가....

그리고 다른데 청소는 몰라도 화장대위 청소는 당신이 좀 해야지

온통 머리카락에 화장품 찌꺼기에 쓰는 화장품 안 쓰는 화장품 구분 좀 해서 넣어 놓을 거 넣어놓고 그래야지 다 널려놓고

그리고 이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아침에 차 타자마자 춥다고 당신 쪽 시트 열선만 키냐?

키는 김에 바로 옆 내 운전석 열선 스위치도 눌러주면 안 되냐?

어떻게 당신 거만 그렇게 맨날 키냐?

그리고 이 말은 전부터 꼭 하려고 했는데 차 탈 때 문 열고 닫을 때 천천히 조심조심 열고 닫으란 말이야

 옆 차에 혹시 문 닫지 않게 문콕 당하면 그거 당하는 사람 얼마나 열 받는지 알아?

그리고 뭐 차에 쓰레기가 많다고? 당신이 버리는 쓰레기가 젤 많거든

그리고 진짜 치사해서 이런 말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차에서 손톱 깎지 마!”

 

말을 할수록 점점 고조되는 내 억양에 아내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전 마지막 한 방을 더 날렸습니다.

“세상에서 하면 할수록 손해 보는 게 두 가지가 있어 그 하나가 노름이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말이야 말~~알았어?

 누군 말을 못해서 잔소리 안 하는 줄 알아?”

아내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손을 다소곳이 무릎에 놓으며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네....오빠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

.

.

.

.

갑자기 뒤차에서 빵~~~~~~~하는 경적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내가 쓰레기통을 뒤지다 말고 소리칩니다.

“뭐해? 뭔 상상을 하는데 그렇게 운전하다 말고 혼자 실실 웃고 있어? 빨리 출발해~~”

아침 출근길에 난 차 안에서 잠시 꿈을 꿨습니다....

젠장..........옆에서 아내의 잔소리가 이어집니다.

“이거봐 이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이 베지밀통 보이지? 이건 저번 주 일요일에 먹은 거잖아?

그게 아직까지 이렇게 있으니까 냄새가 나지 하여간 잔소리를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가 없어......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 주저리주저리......”

아내의 입을 막으려고 한마디 했다.

“세상에서 하면 할수록 계속 손해 보는 게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가 노름이고 나머지 하나가 뭔지 아냐?”

아내가 기필코 베지밀통을 꺼내 들고 냄새를 맡으며 무심히 대답합니다.

 

“결혼?”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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