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세상사 이야기)

포장마차

대영플랜트 2015. 12. 8. 10:41

우리 동네에 가면 내가 가끔 들리는 노점이 하나있다...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엔 새참같이 요기하기엔 더없이 훌륭한 곳이다...
뜨거운 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 한꼬치....
매콤한 떡복기...

그리고 구수한 순대 한접시...

그날그날 입맛에 맞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거기에 후덕한 주인 할머니...
초저녁부터 새벽 5시까지 모녀가 함께 장사를 한다...
비가 오거나 눈이 많이 내리는날만 빼고는 일년 열두달
매일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신다...


나이탓이었을까...?
손님이 많아서일까...?
할머니는 계산을 잘 못하신다...

비좁은 포장마차 안에서 벅적 벅적 거리는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을 한다...
손님들이 자진납세를 하고 구차하게 확인도 안하신다...
손님이 없을때엔 한쪽구석에서 졸고 계신다...
항상 피곤해 하셔도 늘 자상하고 푸근하게 대해주신다...

금요일밤에 회식 끝나고 1시 넘어 잠시 들렸다..
할머니 잔치국수 하나 말아주세요...
허겁지겁 가느다란 면발을 집어 삼킨 후...
얼큰한 국물.. 바닥까지 들이마셨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닦아내며 할머니께 물어보았다....
피곤하신데  딸하고 바꾸시지  왜 노인네가 새벽에 장사를 해요...? 
으응 ,손녀딸 병원에 다니느라고... 

손녀가 어디 아파요...?

갑자기 말씀이 없으시다...
한참동안 떡복기를 뒤적거리시더니 조용히 입을 여신다...
에효....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 어린것을....
채 말끝도 잇지 못하고 또다시 굳게 다무신다....
개 망나니 같은 사위놈과 헤어지고....
손녀와 같이 세식구가 오손도손 한집에서 살아가고 있단다...

집에 우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작년 봄
이쁘고 사랑스럽던 손녀딸이 급성 백혈병에 걸렸다고 한다...
그나마 있던 얼마간의 돈도 다 병원비로 바닥이 나버렸고
매일 매일 눈물과 근심으로 집안에 웃음 떠난지가 언제인지도 모른다고 하신다...

손녀딸이 살수는 있는건지...
얼마동안 더 병원비를 쏟아부어야 하는지...
그져 답도없고 희망도 없지만 하루라도 장사를 거를수가 없어서
당신도 몸이 부실하지만 어쩔수없이 새벽까지 일해야 한다고 하신다...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손녀딸 살릴수 있다며 울먹이는 목소리 하신다...

 
오뎅국물이 씁쓸하다...
더이상 물을수도 없었다...
묻기도 싫어졌다...

늙어서 계산을 못하신 게 아니였고...
바빠서 계산을 못하신 게 아니었다...
손으론 장사를 하여도 머릿속엔 온통 손녀딸 생각뿐이었던 것이었다...


지갑속에 지폐한장 꺼내 드리고 바쁘다고 휭하니 나와버렸다...
빠른걸음속에 뒤통수 너머 할머니의 외침이 전해져온다...

거스름돈 받아가라고...
모르는 척....안들리는 척....애써 할머니를 외면하였다.... 

쓰....바

왜 그런데 이렇게 콧등 짠해오고 가슴이 저려오는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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