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운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맞바람 피운 주부 노경희 |
“홧김에 나이트클럽 갔다 부킹한 남자의 손길이 닿는 순간 묘한 쾌감이 느껴졌어요” | |
‘바람’은 일부일처제가 낳은 병폐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신이 인간에게 준 본능일까. 평범한 중산층 가정의 전업주부인 노경희씨. 그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맞바람을 피웠다. 그가 털어놓은 남편의 ‘바람’으로 인해 생긴 마음의 상처. | |
“세상 남자들 99%가 바람을 피워도 내 남편은 그럴 ‘위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친구들도 ‘네 남편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가정적이고 저 밖에 몰랐으니까요. 남편은 한달에 한번 정도 회사 직원이나 친구를 만나 맥주 몇 잔을 마실 뿐,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도 드물었죠.”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 사는 노경희씨(가명·38)는 남편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부들로부터 “요즘 남자가 맞냐”고 수군거릴 정도로 ‘모범생’이었다고 한다. 퇴근 후 1시간 10분이 지나면 정확하게 귀가해 오히려 노씨는 다른 남편들처럼 늦게 귀가하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는 것.
“남편이 저녁을 먹고 집에 오면 밥하기 싫은 날은 아이들과 자장면을 시켜먹든지, 아니면 라면이라도 끓여먹고 말잖아요. 날마다 국과 찌개를 끓이고 새로운 반찬 서너 가지를 한다는 게 짜증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작년 가을부터 남편이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골프에 재미를 느낀 그의 남편은 퇴근하기가 무섭게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고 석달 후 처음으로 필드로 향했다. 결혼 8년여 만에 저녁밥상을 차리는 번거로움에서 한발 물러나게 되자 그는 한쪽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고 한다.
“남편이 저녁을 먹고 늦게 들어오니까 너무나 좋았어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애들 반찬이야 뭐 별로 준비할 게 있나요? 골프를 배우고 난 이후부터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졌지만 남편을 의심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평소 집에 들어오면 안방 화장대 위에 휴대전화를 올려놓던 남편이 언제부턴가 화장대 위에 휴대전화를 놓지 않는 거예요. 그래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날 바지주머니에서 부르르 떨리는 소리가 나서 보니까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신호음이었어요.”
별다른 생각없이 열어본 남편의 휴대전화에는 ‘자기! 집이야? 시간되면 전화줄래? 보고 싶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였다. 잘못 배달된 문자메시지일 것이라고 생각하던 그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
“‘혹시나…’ 하고 그쪽으로 생각이 머물자 호흡이 멈추는 것 같았어요. 직감적으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샤워하고 있는 남편에게 휴대전화를 내밀면서 ‘누구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잘못 온 모양인데’하고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하더라고요. 미심쩍긴 했어도 남편의 말을 믿었죠.”
샤워를 마친 남편은 평소와는 달리 시원한 맥주가 마시고 싶다면서 “슈퍼마켓에 갔다 온다”는 말을 남기고 현관문을 나섰다. 남편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그는 베란다의 창문을 열고 남편이 슈퍼마켓으로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슈퍼마켓을 가는 게 아니라 집앞 놀이터에 있는 벤치에 앉아 통화를 하는 거예요. 그제야 딴 여자가 생겼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눈앞이 캄캄했어요. 지금 당장 놀이터로 뛰어나가야 되나, 아니면 집에 들어오면 차근차근 따져물어나 되나 고민을 했죠. 마음은 이미 놀이터에 있는 남편에게 가 있었지만 꾹 참았어요. 한 이십분 정도 통화하는 남편을 지켜봤는데 그 시간이 두 시간보다 훨씬 길게 느껴졌어요.”
남편이 ‘여자’를 만난 곳은 골프연습장이었다. 그는 예전과는 달리 섹스에 소극적인 남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 |
“홧김에 나이트클럽 갔다 부킹한 남자의 손길이 닿는 순간 묘한 쾌감이 느껴졌어요” | |
“사십대 초반에 접어들었고 운동을 하니까 피곤해서 (섹스를) 잘 안하나 보다 했죠. 일주일에 두어 번은 했는데. 언제부턴가 1주일에 한번에서 2주일에 한번 정도로 횟수가 줄더라고요. 남편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정력이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결정적인 ‘단서’는 남편의 속옷에 묻은 미세한 혈흔이었다. 문자메시지를 발견한 ‘사건’이 있고 일주일 만이었다. 그는 “맹세코 여자가 없다”고 잡아떼는 남편의 말이 한편으로는 사실이기를 바랐다고 한다.
“토요일 새벽에 골프를 치러간 남편이 ‘골프 친 사람들과 저녁을 먹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한 남편이 벗어놓은 팬티를 보고 쓰러질 뻔했어요. 아마도 남편의 상대 여자가 생리가 끝나갈 무렵이어서 혈흔이 조금 묻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내밀자 처음에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하던 남편도 계속 추궁하니까 결국 ‘여자와 차에서 (섹스를) 하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딱 3번 잤어” 하는 남편의 말에 하늘이 노래져
그 순간부터 악몽은 시작됐다. 배신감 때문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남편에게 욕을 해대며 목청을 높여 싸웠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다. “딱 3번 잤다”는 남편의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배신감에 치를 떤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을 했죠. 한달여 동안 이혼을 할까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니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더라고요. 자존심이 상했지만 하도 마음이 답답해서 친구에게 남편이 바람피운 얘기를 꺼냈어요. 그러니까 마음을 삭힐 겸 바람이나 쐬러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그가 친구를 따라간 곳은 성인나이트클럽. 부킹을 통해 두 명의 남자와 합석을 했다. 그는 옆자리에 앉은 남자가 슬그머니 자신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순간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능적으로 몸이 약간 움츠러들더라고요. 그 남자의 손길을 거절하지 않았던 건 남편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 나라고 남자랑 놀지 말라는 법 있냐?’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거죠. 허벅지의 손이 자꾸 은밀한 곳까지 덮치는데 묘한 쾌감이 느껴지대요.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준수한 외모의 그 남자가 싫진 않았어요. 그날 밤이요? 처음 만난 남자랑 모텔에 갔어요. 순전히 복수심에 불타서 될 대로 되라 그랬던 거죠.”
그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옷을 벗기까지가 힘들었을 뿐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는 모텔을 나오면서 남자가 건넨 명함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모텔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남편과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들어와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묘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통쾌하기도 한데, 찝찝한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남편은 그후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다’고 해놓고도 툭하면 새벽 2~3시에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 날이 잦아지자 화를 참지 못하고 제가 친구를 다시 불러내 나이트클럽을 또 갔어요.”
이번에 만난 남자는 귀공자 스타일의 40대였다. 그는 “친정집 일에 열성적이지만 시집 일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아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남자의 말에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며 맞장구를 쳤다. | |
“얘기가 통하는 남자였어요. 전에 만난 남자처럼 제 몸에 손을 대거나 하진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은근히 유혹을 하더군요.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두 번째라서 그런지 별다른 망설임없이 남자를 따라 모텔로 들어갔죠. 그 남자는 제 몸을 보더니 삼십대 후반이 아니라 이십대의 몸매 같다면서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요.”
맞바람 피우다 가정 파탄 날 것 같아 억지로 정신 차려
그는 “두 남자와의 섹스가 남편과는 확실히 달랐다”고 한다. 발가락 끝부터 애무하기 시작해 30분 남짓 그의 몸 구석구석을 자극하더라는 것. 그 또한 남자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기 위해 애무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자기 마누라 발가락을 핥아주는 남편이 몇이나 되겠어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두 남자 모두 발가락을 빨고 쉼없이 애무를 하더라고요. 그 순간, 사람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성적으로는 ‘이러면 안 돼’ 하면서도 본능은 쾌감을 숨길 수가 없었으니까요. 남자들은 오럴섹스를 하니까 흥분하는 강도가 다르더라고요. 남성상위 체위에서 제가 다리를 구부린 채 무릎이 가슴에 닿는 체위가 남자의 성기를 조여줘서 그런지 무척 좋아하더군요.”
두번째 만난 남자와는 한달 동안 다섯 번에 걸쳐 섹스를 나눴다. 두 사람이 만난 시간은 주로 점심시간. 사업을 하는 남자라 낮에 만나는 것에 대한 걸림돌은 없었다고 한다.
“한번은 ‘색다른 섹스를 해보고 싶다’면서 모텔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뭘 구입하더라고요. 나중에 룸에 들어가서 보니까 남자의 성기에 끼우는 ‘낙타털’이었어요. 그런 게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그냥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자극적이더라고요. 뭐랄까. 성기가 질 벽을 자극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인데….”
그가 말끝을 흐렸다. 더이상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남편이 바람피웠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고 배신감 때문에 맞바람을 피웠던 방황의 순간들은 멎었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한다.
“남편은 제가 그런 일을 저지른 줄 모르죠. 도덕적 불감증에 걸린다는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다른 남자를 만나서 몸을 섞었는데도 처음에는 죄책감이 드는가 싶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자신을 합리화시키게 되더라고요. 이러다간 가정파탄 나겠다, 싶어서 억지로 정신을 차렸죠. 전업주부가 아니라 일을 갖고 있는 상태였다면 이런 식으로 무너지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의 남편은 ‘제자리’로 돌아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남편과 한 침대에 누워 있으면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하는 모습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제가 잘못한 행동은 생각나지 않아요. 이게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어요. 남편은 관계회복을 위해 (섹스를) 열심히 하려고 애를 쓰지만 전 불감증에 걸린 것처럼 별 다른 느낌이 없어요. 아직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않아 그런지 모르겠어요. 제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자책하기도 하지만, 바람피우는 남편을 용서하지 못하고 이혼하는 것보다는 맞바람을 피우고 이혼의 위기를 넘긴 것을 다행으로 여기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있어요.”
카페의 정원에 핀 라일락 꽃향기를 오랫동안 맡던 그는 “남편과 결혼하던 그해 4월에도 라일락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이 꽃이 지면 내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와 아픈 기억들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행복한 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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